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팀이 2006∼2007년 전국 병원 응급실 구급일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온 환자 3만4408명 중 2.4%인 841명만 살아남았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생존율 15∼20%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지역별 생존율 편차도 심했다. 서울의 경우 심장마비 환자 5337명 중 244명이 퇴원해 생존율이 4.6%로 가장 높았다. 반면 경남 지역의 경우 2584명의 환자 중 8명(0.3%)만 생존해 서울과 15배나 차이가 났다. 경북과 충남(0.6%) 전남(1.1%) 부산(1.4%)의 생존율은 낮았고 대전과 인천(4.3%) 경기(3.3%) 등 수도권은 높았다.
이번 조사는 국내 첫 전수조사이며 지역별 퇴원 생존율을 조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신 교수는 “대부분 심장마비가 발생하는 가정에서 응급조치가 안 된 경우가 많았다”며 “실제로 사람이 쓰러졌을 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생존율이 높았던 대도시도 20층 이상 아파트나 고층빌딩에서 발생한 심장마비 환자들은 생존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는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 시간이 더 걸릴 뿐 아니라 구급 침상 크기가 엘리베이터 입구보다 커서 환자를 싣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의 경우 ‘접이식 침상’과 ‘자동 흉부 압박기’를 사용해 고층에서 심장마비에 걸린 환자들을 구조한다.
이번 조사에선 구급차가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선진국의 경우 4분 안에 구급차의 90% 이상이 현장에 도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에선 평균 7분, 전국적으로는 8분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신 교수는 “심장마비 환자는 쓰러진 지 8분 이내에 병원에서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에선 병원 도착까지 평균 20분이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를 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 교육과 심장마비 환자를 위한 기기 마련,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응급의료기금을 활용해 △응급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20만 대의 심장전기충격기(PAD) 배치 △구급차 내 서비스 적정 인력 확보(2인 이상 탑승)와 자동 기계식 흉부 압박기 설치 △심정지 센터 지정운영과 표준 진료 지침 개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길병원 이근 응급의학과 교수(응급의료지도의사협회 회장)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심폐소생술 내용을 넣어 기본적인 응급조치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외국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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