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백령도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 이들의 개체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어 보호구역 지정 등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4월이 되면 중국 보하이(渤海) 만에서 새끼를 낳은 점박이물범이 서식지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로 돌아온다. 천연기념물 331호이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점박이물범은 백령도 주변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 연봉, 두무진 등 3곳에 주로 몰려 산다.
밀물 때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다 썰물 때 갯바위 위에 떼 지어 올라가 휴식을 취한다. 남한과 북한, 중국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니는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보호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 사라지는 해양 포유동물
점박이물범은 고래류와 더불어 국내에 서식하는 유일한 해양포유동물이다. 동해에 있는 물범은 몸집이 크지만 황해 물범은 체중 80∼120kg, 몸길이 170cm 크기로 아담하고 귀여운 편이다. 돌출된 겉귀가 없고, 짧은 앞 물갈퀴엔 날카로운 발톱이 있다. 자연 수명은 평균 35년.
점박이물범은 4∼11월 백령도에서 까나리, 멸치, 전복, 해삼 등 풍부한 해산물을 먹고 지내다 보하이 만 방향으로 이동한다. 겨울철 번식기에 보하이 만 일대에서 새끼를 낳은 뒤 압록강 등에서 떠내려온 유빙(떠다니는 얼음 덩어리)을 터전으로 삼는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집단을 이뤄 백령도 일대로 남하한다.
황해권역에서 활동하는 점박이물범은 1940년대 8000마리에 달했지만 1980년대 2300마리, 최근 1000마리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일부 학자는 600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백령도에서 40∼230마리가 관측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유빙이 줄어들면서 번식률도 덩달아 낮아지고 있고, 중국에서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물범 개체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환경오염 외 항해 선박에 부딪히거나 그물에 걸리는 등의 인재 탓도 있다. 특히 보하이 만 일대에서 석유 개발이 한창이어서 점박이물범 서식지가 크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안용락 연구원은 “중국 쪽에서 물범 가죽을 노린 밀렵이 성행해 천혜의 환경을 갖춘 백령도가 점박이물범 서식지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천혜의 서식지를 보호하자
지난해 6∼9월 녹색연합 지원으로 백령도 중고교생 20명이 점박이물범 탐사를 벌였다. 배를 타고 물범 서식지로 나가 망원경으로 물범 행동을 관찰했다. 한 학생의 조사 기록장에는 ‘6월 6일 오전 11시 38분 수면 위로 머리를 드러낸 점박이물범 6∼8마리 발견’ ‘행동 특징-주변에 어선이 있어 바위에 오르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것으로 보임’이라고 적혀 있다.
탐사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점박이물범에게 당장 필요한 것들로 △소음이 적은 배 △바다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포 쏘지 않기 △사랑해주기 △바다 밑의 폐그물 없애기 등을 꼽았다.
백령도 주민들도 점박이물범 서식지를 보호지구로 지정해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예찬 씨(61·전 백령면장)는 “어업 활동에 지장을 받을 것 같아 물범보호구역 지정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물범을 귀한 자원으로 여기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시는 백령도에 물범 관찰 전망대, 물범 교육장 설치 등 생태관광 기반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주민 건의가 이뤄지면 하늬바다 등 3곳을 점박이물범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뒤 주민 지원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고래연구소는 4월경 점박이물범 8마리에게 위성위치확인장치를 달아 이동로를 관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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