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흉악범에 새 기준 정한 듯
10일 오후 4시 반경 부산 사상경찰서로 압송돼 모습을 드러낸 김길태 씨는 긴 머리가 얼굴을 반쯤 뒤덮고 있었을 뿐 마스크나 모자를 쓰지 않았다. 부녀자 10명을 납치 살해한 강호순이나 경기 안양시 초등생 살해범 정성현이 검거 압송될 때 마스크는 물론이고 모자를 깊이 눌러써 얼굴을 가렸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김 씨는 이날 경찰에 검거되기 직전 후드 티셔츠에 달린 모자와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언론에 공개하는 과정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씌우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씨는 긴 머리칼을 앞으로 늘어뜨리며 얼굴을 가리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김 씨의 얼굴이 드러나게 한 것은 다른 사건과 달리 이미 공개수배를 통해 얼굴이 알려졌다는 점도 있지만 이번 사건부터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거센 데다 지난해 2월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에 ‘신상공개에 관한 특례조항’을 신설키로 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에는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에서 피의자가 자백하거나 충분한 범죄 증거가 있을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해 피의자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동영상 = 이유리 양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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