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법 31일 본회의 처리
형기 마친후 전자발찌 부착… 일일이 법정에 다시 세워야
지하철역 192곳 추적장치 없어… 실제 적용과정 쉽지 않을듯
정부와 한나라당은 10일 국회에서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2008년 9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기소된 성범죄자에게도 이 제도를 소급 적용하되 적법 절차에 따라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용키로 했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9일부터 소관 상임위원회를 열어 성폭력 관련 법안 등을 심의한 뒤 3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김성조 정책위의장, 이귀남 법무부 장관, 강희락 경찰청장 등은 10일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 관련 아동성폭력 대책회의를 열고 전자발찌제도는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이기 때문에 헌법의 형벌불소급원칙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 아동범죄대책특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브리핑에서 “우리 대법원과 미국 대법원 판례 등을 검토한 결과 보안처분은 미래의 위험성에 대한 조치이므로 불소급의 원칙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데 공감했다”며 “다만 인권침해가 생기지 않도록 적법 절차에 따라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전자발찌 소급적용을) 접근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자발찌 부착을 소급 적용하기로 하면서도 실제 부착 대상은 극히 제한적인 경우로 한정하기로 한 것은 인권침해 논란을 우려해서다. 대법원 판례가 전자발찌를 보안처분으로 보고 있어 소급적용이 가능하다 해도 전자발찌의 성격상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가 상당히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교도소에서 이미 풀려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성범죄 전과자들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일부터가 간단하지 않다. 현행법에는 전자발찌 부착명령은 판사가 내리도록 돼 있다. 소급적용 법안도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지의 판단은 법원에 맡기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럴 경우 이미 형기를 마친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려면 이들을 법원에 출석시켜 재판에 준하는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을 위해 성범죄 전과자를 일일이 찾아내 연락을 취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설령 연락이 되더라도 이들이 자발적으로 법정에 나올지도 의문이다.
전자발찌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은 판사가 전자발찌 부착명령과 함께 ‘스쿨존(school zone)’ 등 특정지역의 출입을 제한하는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특별준수사항 부과 없이 부착명령만 내릴 때엔 행동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 또 2007년 12월 발생한 경기 안양시 초등생 살해사건이나 최근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처럼 범인이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전자발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자발찌 부착자의 위치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장비인 비컨(Beacon) 안테나가 설치되지 않은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의 지하철 역사 중 192곳은 아직 비컨 안테나가 설치돼 있지 않다. 따라서 전자발찌 부착자가 안테나가 설치돼 있지 않은 지하철 역사 안에서 계획적으로 전자발찌를 끊어버린 뒤 지하철을 타고 도주할 경우 검거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한 사례는 모두 7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 말 경기 의정부지역에서 보호관찰 중이던 성추행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달아난 뒤 100여 일이 지나 붙잡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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