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000여명 몰려 “얼굴 좀 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1일 03시 00분


김씨 내리자 격앙… 머리 때리기도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 씨(33)의 검거로 10일 오후 부산은 내내 떠들썩했다. 김 씨를 수사하는 부산 사상경찰서는 호송되는 김 씨를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과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부산 사상구 삼락천변에서 경찰서를 지나 사상소방서로 이어지는 70여 m는 김 씨를 보기 위해 시민 1000여 명이 밀려들어 오후 4시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찰서 본관 정문 앞에는 방송 중계차와 카메라, 기자 200여 명이 대기했고 소방서와 인근 건물의 옥상에도 김 씨를 보기 위한 인파로 가득했다. 도로변에 모인 인파를 정리하기 위해 경찰이 인근을 돌며 사이렌을 울리고 호루라기를 불자 격앙된 일부 시민이 김 씨의 이름을 외치고 욕설을 퍼부었다.

오후 4시 반경 김 씨를 태운 경찰차가 들어왔다. 회색 후드 티와 검은색 패딩 잠바를 입은 김 씨가 차에서 내리자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폴리스라인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김 씨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경찰서 본관 정문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전경들이 필사적으로 시민들을 막아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경찰 사이로 손을 뻗어 김 씨의 머리를 때렸다. 덥수룩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김 씨가 잠시 돌아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김 씨를 찍기 위해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던 시민들은 “고개를 들어라”고 소리쳤다. “야, 이 쓰레기야”라는 말도 들렸다.

김 씨가 본관 정문 앞에 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김 씨를 가까이서 찍기 위해 모인 기자들과 김 씨를 쫓아온 시민들이 본관 앞으로 밀려들면서 포토라인도 금세 무너졌다. 간단한 일문일답 뒤에 경찰은 김 씨를 데리고 황급히 본관 안으로 들어갔다. 취재진과 시민들이 이를 쫓아 정문으로 몰려들자 이를 막는 경찰과 실랑이가 격해졌다. 경찰 관계자들은 “사람 다치니 물러서라”고 고함을 질렀다.

김 씨가 경찰서로 들어간 뒤에도 구경 나온 시민들은 한동안 “김 씨를 내놓아라”라고 소리치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사는 주부 배수진 씨(58)는 “내가 잡아서 어떻게 하고 싶더라”라며 “어린 학생을 죽인 그는 사형시켜야 마땅하다”며 분노를 표했다. 부산에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동영 씨(35)는 “부산 전체가 뒤숭숭했는데 잡아서 기분이 한결 낫다”며 “성폭력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여러 절차를 잊지 말고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순둘 씨(60)는 “터벅터벅 걷는 그 모습이 진짜 힘들어 보이더라. 흉악범이라 무서울 줄 알았는데 며칠 굶었는지 사람이 작고 초라해 보이더라. 그래도 흉악범이니 영원히 격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동영상 = 이유리 양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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