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前교육감 부인의 차명계좌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1일 03시 00분


제자에게 빌린 선거자금, 알고보니 공씨부인 통장 돈

제자부인이 공씨부인 찾아가 4억 빌려 선거캠프에 전달
선거 끝난뒤 보전 받은 돈, 2008년 두차례 다시 입금
공씨 인사개입 진술 확보

후보는 “나는 집사람한테 그런 통장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 캠프에서는 후보 부인을 찾아가 돈을 빌렸다. 선거가 끝나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 비용도 다시 후보 부인에게 돌아갔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자리를 내놓게 만든 부인의 차명 계좌 얘기다. 검찰은 최근 불거진 서울시교육청 인사 비리에 공 전 교육감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 부인한테 돈 빌려 남편한테 꿔주기?

10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두 달 앞둔 2008년 5월 공 전 교육감은 제자인 종로M학원 원장 최모 씨를 불러 “선거 자금으로 2억∼3억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최 씨는 부인 김모 씨에게 “자금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런데 김 씨가 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찾아간 사람은 다름 아닌 공 전 교육감 부인 육모 씨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후보는 제자에게, 제자는 자기 아내에게, 제자의 아내는 다시 후보의 부인에게 ‘실탄 지원’을 부탁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어쨌건, 육 씨는 현금 4000만 원을 건넨 것을 시작으로 그해 6월 9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은행 계좌로 7700만 원을 보냈다. 김 씨는 조카 명의로 된 통장으로 이 돈을 받았다. 그 이후에는 아예 김 씨가 육 씨 통장과 도장을 관리했다. 4억 원이 넘게 예금된 통장이었다. 그 통장도 육 씨 명의가 아니었다. 고교 동창인 조모 씨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였다.

김 씨는 차명계좌에서 인출한 돈을 선거캠프 계좌로 보냈다. 이후 김 씨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차명계좌에서 나온 돈 총 3억 원을 캠프 계좌로 입금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1억 원을 더 보냈다. 이 대목도 미스터리다. 공 후보 캠프의 선거총괄팀장은 남편 최 씨였다. 돈을 보낼 때마다 남편 최 씨 이름을 썼다.

선거가 끝난 뒤 차명계좌에는 2008년 10월 2일 1억 원, 10월 10일 1억9591만9720원이 입금됐다. 서울선관위에서 선거 비용으로 보전받은 돈이었다. 돈을 보낸 사람은 최 씨였다.

○ 교육감 되니 예금 늘어?

육 씨가 처음 차명계좌를 만든 건 2002년 12월이었다. 당시 예치금은 4000만 원 정도였다. 간선 교육감 선거가 있던 2004년부터 육 씨의 차명계좌 거래는 활발해졌다. 이해 7월부터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2005년 1년 동안에만 3억1000여만 원이 늘어났다. 2008년에는 잔액이 더 늘어 4억7000만 원이 됐다.

육 씨는 검찰 조사에서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다. 나머지는 연금과 이자 수입을 알뜰히 모아 돈을 마련했다”고 진술했다. 평교사 출신인 육 씨는 1998년 명예퇴직한 뒤 퇴직금 1억7000여만 원을 한국교직원공제회에 종신형으로 예탁했다. 여기서 이자로 매달 80만∼140만 원, 연금 130만∼190만 원을 받은 것이 육 씨 수입의 전부였다.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은 거의 대부분 현금이었다. 계좌이체나 수표 거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육 씨는 검찰에 “친인척들이 빌려간 돈을 갚을 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쇼핑백에 들고 왔다. 차용증이나 이자는 없었다. 남편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육 씨는 2004년 공 전 교육감이 간선으로 당선된 뒤 이전 차명계좌를 없앴고 새로운 차명계좌를 만드는 과정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 차명계좌의 명의는 항상 조 씨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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