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대강 사업 공사 주겠다” 시민단체 만들어 수억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1일 03시 00분


유명연예인 홍보대사 등록… “유력 인사가 친형” 사칭

10여명에 지부장직 팔아

서울에 사는 조경업자 김모 씨(51)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자신도 참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회를 찾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4대강 하천정비 국민운동본부’라는 사단법인이 출범해 관련 사업자를 서울지역본부장으로 뽑는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지부장에 자원했다. 연이어 각종 업체 대표, 정당인, 변호사 등도 다른 지역 지부장으로 나섰고 유명 연예인 3명이 홍보대사로 등록했다. 하지만 13개 지역지부 50만 회원을 자랑한다는 이 법인은 지난해 이미 인가가 취소된 상태였고 대표는 경찰에 구속된 사기범이었다. 김 씨는 서울지역본부장을 맡는 대가로 약 1억 원을 대표에게 뜯겼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시민단체를 만들어 수십만 명을 끌어 모으고 지부장직 등 이권을 팔아 돈을 챙긴 사기꾼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대통령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에 참여시켜 주겠다고 속여 10여 명에게서 억대의 돈을 가로챈 4대강 하천정비 국민운동본부 대표 최모 씨(55)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5월 4대강 하천정비 국민운동본부를 세우고 국토해양부의 인가를 받았다. 이 단체는 짧은 기간 50만 명의 회원을 끌어 모으며 각종 업체 대표와 지역 정치인, 국제변호사 등을 지부장으로 들였다. 유명 연기자 임모 씨(61) 등 3명이 홍보대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지난해 9월 국토부와 총리실 명칭 도용으로 법인 인가가 취소된 상태였다. 최 씨는 이 사실을 숨기고 올해 2월 2일까지 새 지부를 열며 지부장을 맡는 사람들에게서 1120만 원씩을 받았다. 서울지부장 김 씨 등에게는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 명목으로 총 1억여 원을 챙기기도 했다. 강원지역본부장을 맡은 지역 정치인 송모 씨(51)는 “지역 유지 소개로 지부장을 맡았는데 인가 취소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지부장과 전남지부장 김모 씨(44) 등 피해자 2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최 씨가 대통령과 합성한 사진을 보여주거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내 형”이라면서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는 지난해 10월에는 취업 사기로 경찰에 구속됐고, 올 2월 서울 구로구 구로동 J병원 공사 이권에 개입해 돈을 편취한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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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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