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 “문화가 곧 경제” 서울 근대건축물 10선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3월 11일 17시 00분


일민미술관-동아일보 신사옥 등 과거와 현재 조화

(박제균 앵커) 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 도심 한복판에도 가끔씩 숨통을 틔워주는 근대건축물들이 있는데요. 주로 외국인들이 지은 건물이지만 이제는 우리 현대사의 산 증인이 됐습니다.

(김현수 앵커) 서울의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 10곳이 최근 선정됐다고 하는데요.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가 건물들을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 위치한 일민미술관.

1926년부터 1994년까지 동아일보 사옥으로 사용됐던 이 건물에는 1920~30년대 신문사 사무실의 모습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습니다.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은 물론이고 복도와 문, 전등까지 당시 모습 그대로입니다.

일민 김상만 선생의 집무실도 원래 모습대로 재현해 유품을 전시했습니다.
(전 화 인터뷰) 안병모 / 유창건축사사무소 대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교체를 하지만 가능하면 옛날 것을 사용했고 꼭 교체해야할 부분은 최근의 자재지만 옛날의 디테일에 준하도록 비슷하게 만들어서 사용을 했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미술관 1층은 현대적인 분위기의 카페로 꾸몄지만 외벽과 창, 출입문은 원형 그대로 보존했습니다.

미술관 옆으로 이전한 동아일보 신사옥과의 조화를 위해 건물 우측은 통유리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김종헌 / 한국근대건축보존회 회장·배재대 교수
"광화문을 생각하면 경복궁과 현대 건축물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에 일민미술관이 있습니다. 전통을 거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 근대가 있다는 걸 압축적으로 일민미술관이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초 병원과 고아원을 세우는 등 선교활동의 중심지였던 구세군 중앙회관도 원형이 잘 보존된 근대건축물로 평가받습니다.

계단과 문, 바닥 등 내부 곳곳이 낡았지만 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양식의 높고 둥근 천장을 유지하고 있는 강당은 무대만 고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유리창도 위아래로 여닫는 근대식 창문에 이처럼 현대식 창문을 더해 2중창으로 만들었습니다.

건물 안 사무실은 벽을 허무는 대신 칸막이벽을 사용해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인터뷰) 이기용 / 구세군대한본영 자산부장
"생활하면서 조금은 불편한 점도 있지만 과거의 형태를 유지하니까 오히려 천장도 높고 환기도 잘 되요. 근대건축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현대적으로 살 수 있죠."

서울역사박물관은 구 동아일보 사옥이나 구세군 중앙회관처럼 도심 속 문화유산 가운데 과거와 현재를 잘 조화시킨 근대건축물 10곳을 선정했습니다.

도심 빌딩 숲 사이에서 근대식 성당의 고색창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을 비롯해 신식 무기제조 공장인 번사창, 근대적 상수도 시설인 뚝도 수원지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밖에 3.1운동 당시 교인들의 집결지였던 승동 교회, 민족운동 단체들의 집회 장소였던 천도교 중앙대교당, 최초의 서양식 학교로 근대 지식인을 양성했던 구 배재학당 동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은행 건물인 광통관, 국내 최초로 현상설계 공모전을 통해 세워진 구 제일은행 본점도 포함됐습니다.

상당수 건축물이 개화기 외국인들의 필요에 따라 지어진 건물들이지만 우리 근현대사의 변천사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땅값이 비싼 도심에 있어 개발 압력에 시달리는 근대건축물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문화가 곧 경제"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김종헌 / 한국근대건축보존회 회장·배재대 교수
"명동에 명동성당이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근대 건축물은 우리 삶에 대한 문화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동아일보 신광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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