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 마스크 벗은 흉악범

부산 예비중학생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어제 검거됐습니다. 지난달 24일 부산 사상구에서 이 모 양을 납치 살해한 이후 15일 만입니다. 김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DNA 등 부인할 수 없는 물적 증거가 범인임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피의자를 검거했지만 초동수사 실패 논란을 받고 있는 경찰이 이번에 압송과정에서 김 씨의 얼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여성 10명을 납치 살해한 강호순이나 경기 안양시 초등생 살해범 정성현이 검거돼 압송될 때 마스크는 물론이고 모자를 깊이 눌러써 얼굴을 가렸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경찰이 김 씨의 얼굴을 공개한 것은 다른 사건과는 달리 공개수배를 해서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의 변화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범죄 피의자들의 얼굴을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주는 관행이 생긴 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6월 수갑을 찬 피의자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은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결정한 다음부터입니다. 경찰은 이때부터 피의자 신분노출 금지 규정을 마련해 피의자의 얼굴공개를 막아왔습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용인되는 흉악범 얼굴공개가 우리나라에서 엄격하게 통제되었던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의식이 낮은데 피의자의 얼굴을 가려주었다고 인권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얼굴공개로 피의자가 아니라 아무 잘못이 없는 피의자의 가족이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타당한 지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범죄자의 얼굴이 공개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쇄살인범, 어린이 유괴 살해범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살해한 다중 살인범 같은 반인륜적 흉악범이나 다수의 목격자가 있는 현행범은 신원과 얼굴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에도 부합하고 장기적으로는 흉악범죄 예방효과도 거두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