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김길태 ‘15일간의 행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도피중 동네 미장원서 현금 27만원 훔쳐
생라면으로 끼니… CCTV없는 길로 다녀”
사건 다음날 운동화 갈아 신기도
경찰, 살해-유기 직접 증거 추적


부산지검 형사3부는 이유리 양(13) 살해사건 1차 수사 자료를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넘겨받아 11일 오후 10시경 피의자 김길태 씨(33)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이 김 씨를 검거한 지 31시간 만이다. 김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살인 등)과 강간 치상 혐의다.

○ 혐의 내용은

경찰 자료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7∼9시 부산 사상구 덕포1동에서 혼자 집을 보던 이 양을 납치한 뒤 50m가량 떨어진 빈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살해 시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성폭행에 이어 이 양의 입과 코를 틀어막고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이웃집 물탱크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 몸에서 확보한 유전자(DNA)와 이 양 시신에서 채취한 여러 증거물의 DNA가 일치했다”며 “이 양 살해의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모든 정황상 김 씨의 혐의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 근거로 “김 씨가 이 양을 알았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다던 이 양의 몸에서 김 씨의 DNA가 발견된 점은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된 범행 부인이 되레 명백한 증거로 뒤바뀌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1월 23일 새벽에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이 양의 집 인근 옥상에서 8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뺨은 한 대 때렸지만 성폭행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김 씨가 도피 중이던 7일 새벽 검거 장소인 모 빌라에서 가까운 인근 미장원에서 A 씨(28) 지갑에 있던 현금 27만 원과 열쇠를 훔쳤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절도 혐의도 추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다음 날 양부모 집으로 찾아가 운동화를 갈아 신는 등 증거 인멸도 시도했다”고 말했다.

○ 보름간 행적과 살해 시기는?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사건 발생 이후 보름간 사건 현장 일대에 머무르며 낮에는 빈집에 숨고 주로 밤에 이동했다. 10일 검거됐을 때처럼 낮에는 옥상을 자주 이용했다. 훤한 동네 지리를 바탕으로 높은 곳에서 경찰 수색 상황을 살핀 뒤 숨거나 도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끼니는 대부분 라면으로 때웠다. 검거되기 사나흘 전에는 덕포시장에서 음식물을 훔쳐 배를 채우기도 했다. 덕포1동 사건 현장에서 괘법동, 삼락동 등 도피 지역을 오갈 때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상구 일대 철길을 이용했다.

김 씨가 살인과 성폭행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데다 이 양의 시신도 밀폐된 물탱크에 유기돼 심하게 훼손돼 있어 사망 시점은 다음 주에 나올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경찰은 “사망 시점이나 살해 목적을 진술하지 않아도 모든 정황증거가 확실해 구속수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구속 여부는 12일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의 부인에도 사망 시점이 나오고 보강수사에 들어가면 검찰 송치 시점인 18, 19일 이전에는 모든 범행을 자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변호사 선임 여부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동영상 = 이유리 양 납치 피살 피의자 김길태 검거에 따른 경찰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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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0-03-12 08:09:03

    두번에 걸친 성폭행 혐의로 11년 살고 나와서 이번에는 성폭행과 살인을 했는데 20년 살다가 나오면 사람 몇명이나 죽이겠습니까? 강호순은 15명 죽이고도 사형제 폐지로 20년 살다가 출소하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 죽이겠습니까?하루빨리 사형 실시해야 합니다.김길태가 안잡혔을 때도 부산시민은 얼만 무서워서 벌벌 떨었습니까? 조폭살인자가 정치가 기업가 경찰간부한테 거앳 돈받고 흔적없이 죽이는 살인은 얼만 많겠습니까?

  • 2010-03-12 08:57:21

    윗물부터 법을 지키는 풍조가 조성돼야 한다 한자리 해먹은x들은 하나같이 도둑질해먹으니 힘없고 돈없는 일반백성들이 법을 무서워하겠는가? 또 정권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대량사면 )전과자 우대하고 출세하는 풍조를 조성했다.위에서 그러니 사회도 법지키는자를 바보로 취급하는것이 일반화된풍조가됐다 불법시이꾼들을 정부가 나서고 종교계가 나서서 옹호보상 하는 풍조등 ...(용산참사사건) 권력이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려는것이아니라 죄진무리들을 세상을 만들러간 결과이기도 하다.전과자가 우대받는풍조에서는 흉악범이 줄어들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을 이만큼 잘살게 한 지도자를 친일자명단에 수록 하여 억지불명인사로 만드는 풍조 (이명박정권이 발간했다) 즉공이 많은 지도자를 숭앙하는 풍조도 만들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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