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중 동네 미장원서 현금 27만원 훔쳐
생라면으로 끼니… CCTV없는 길로 다녀”
사건 다음날 운동화 갈아 신기도
경찰, 살해-유기 직접 증거 추적
부산지검 형사3부는 이유리 양(13) 살해사건 1차 수사 자료를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넘겨받아 11일 오후 10시경 피의자 김길태 씨(33)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이 김 씨를 검거한 지 31시간 만이다. 김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살인 등)과 강간 치상 혐의다.
○ 혐의 내용은
경찰 자료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7∼9시 부산 사상구 덕포1동에서 혼자 집을 보던 이 양을 납치한 뒤 50m가량 떨어진 빈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살해 시점은 정확하지 않지만 성폭행에 이어 이 양의 입과 코를 틀어막고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이웃집 물탱크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 몸에서 확보한 유전자(DNA)와 이 양 시신에서 채취한 여러 증거물의 DNA가 일치했다”며 “이 양 살해의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모든 정황상 김 씨의 혐의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 근거로 “김 씨가 이 양을 알았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다던 이 양의 몸에서 김 씨의 DNA가 발견된 점은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된 범행 부인이 되레 명백한 증거로 뒤바뀌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1월 23일 새벽에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이 양의 집 인근 옥상에서 8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뺨은 한 대 때렸지만 성폭행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김 씨가 도피 중이던 7일 새벽 검거 장소인 모 빌라에서 가까운 인근 미장원에서 A 씨(28) 지갑에 있던 현금 27만 원과 열쇠를 훔쳤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절도 혐의도 추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다음 날 양부모 집으로 찾아가 운동화를 갈아 신는 등 증거 인멸도 시도했다”고 말했다.
○ 보름간 행적과 살해 시기는?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사건 발생 이후 보름간 사건 현장 일대에 머무르며 낮에는 빈집에 숨고 주로 밤에 이동했다. 10일 검거됐을 때처럼 낮에는 옥상을 자주 이용했다. 훤한 동네 지리를 바탕으로 높은 곳에서 경찰 수색 상황을 살핀 뒤 숨거나 도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끼니는 대부분 라면으로 때웠다. 검거되기 사나흘 전에는 덕포시장에서 음식물을 훔쳐 배를 채우기도 했다. 덕포1동 사건 현장에서 괘법동, 삼락동 등 도피 지역을 오갈 때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상구 일대 철길을 이용했다.
김 씨가 살인과 성폭행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데다 이 양의 시신도 밀폐된 물탱크에 유기돼 심하게 훼손돼 있어 사망 시점은 다음 주에 나올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경찰은 “사망 시점이나 살해 목적을 진술하지 않아도 모든 정황증거가 확실해 구속수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구속 여부는 12일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의 부인에도 사망 시점이 나오고 보강수사에 들어가면 검찰 송치 시점인 18, 19일 이전에는 모든 범행을 자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변호사 선임 여부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동영상 = 이유리 양 납치 피살 피의자 김길태 검거에 따른 경찰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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