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끊고 도주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훼손경보 경찰에 늦게 전달
개당 172만원 예산도 과제

2008년 9월 도입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는 성범죄자의 재범률을 크게 떨어뜨린 효과가 입증돼 성범죄를 예방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훼손 후 도주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발찌 도입 이후 최근까지 전자발찌 부착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한 사례는 모두 7건.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발생한 2건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망갔다가 검거된 경우다. 전자발찌 부착자들이 전자발찌를 쉽게 훼손하는 것은 전자발찌가 비교적 유연한 소재인 우레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부착자들의 피부 손상을 막고 교통사고 등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도록 우레탄을 사용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이 점이 악용되고 있는 것. 이런 문제점을 파악한 법무부도 이르면 6월부터 우레탄 속에 철심을 넣은 새로운 전자발찌로 교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 전자발찌가 사용된다고 해도 부착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전자발찌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은 근본적인 맹점이다.

부착자들이 전자발찌를 훼손할 때 그 신호가 곧바로 경찰에 전달되지 않는 현행 비상통보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는 전자발찌가 훼손되면 경보가 서울보호관찰소에 있는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거쳐 경찰 112신고센터에 전달되고 다시 일선 경찰 지구대에 통보되기까지 보통 1, 2분이 걸린다. 지체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 초동대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경찰에 곧바로 통보되는 시스템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2008년 9월 이전에 기소된 성범죄자들에게도 전자발찌를 제한적으로 소급해 채우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전자발찌 확대 시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 확보도 선결과제로 떠올랐다. 개당 172만 원인 전자발찌 구입 비용과 이를 관리하는 직원들의 인건비, 지하철 위치추적안테나 설치비 등으로 올해에만 최소 160억 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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