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 사북면으로 산촌유학을 온 도시 아이들과 마을 아이들이 10일 공부방에서 모형 자동차를 조립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춘천=이인모 기자
강원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 송화초교 4학년인 이연호 군(11)은 10일 등굣길에 빼어난 설경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불과 열흘 전까지 살던 서울에서는 구경할 수 없던 풍경이었기 때문.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수북이 내려앉았고,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 마을은 도시에 살던 초등학생 5명이 가족과 떨어져 이번 학기부터 산촌유학을 시작한 곳이다. 학생들은 마을 학부모들로 구성된 별빛산골유학센터가 지정한 농가에서 숙식하며 학교에 다닌다. 방과 후에는 센터 공부방과 마을 곳곳에서 이 마을 학생들과 함께 어울린다.
약 열흘간 산촌유학 생활을 경험한 이들은 익숙했던 도시 생활과 비교해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한목소리로 털어놓는다. “학원 안 가니까 너무 좋아요”, “숙제가 별로 없어요”, “게임하고 싶어요”, “편의점이 없어요” 등등. 처음에는 “가족이 보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2주차에 접어들면서 이 말은 쏙 들어갔다. 그 대신 마을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해졌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센터가 정한 규칙에 따르며 생활한다. TV와 게임기, 휴대전화 사용은 일절 금지. 인스턴트식품도 못 먹는다. 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옷과 이불 정리도 이들의 몫이다. 이 군은 살고 있는 집의 개 ‘카스’를 위한 아침밥 당번도 맡았다. 처음에는 “이걸 내가 왜 해요” 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한다.
이들의 전학과 입학으로 송화초교는 재학생이 5명 늘었다. 현재 재학생이 19명인 점을 감안하면 25%에 이른다. 이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한다. 집에는 한 달에 한 번 갈 예정. 아이들은 별빛산골유학센터가 5년 동안 공부방과 방학 캠프 등을 운영하며 경험한 각종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빡빡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뛰놀게 해 주고 싶다는 부모들의 바람을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또 영어, 미술, 단소, 독서 등은 별도 지도를 받는다. 이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는 비용은 1인당 월 60만 원. 100만 원의 입주비는 별도다. 윤요왕 센터장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며 “1년 동안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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