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공단 ‘기준 미달 컨설팅업체 선정 비리’ 감사 결과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공단은- 문제 업체 뽑은 간부를 감사에 선정
간부는- 현장조사 않고 서류검토뒤 “무혐의”
노동부는- “증거 없다”… 공단에 수사의뢰 맡겨

국회의원에게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각종 컨설팅 업체 선정 및 부당 비용지급 의혹과 관련해 당시 사업을 맡은 간부에게 감사를 맡겼던 것으로 노동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 간부는 감사를 진행하면서 이사장(현 김선규 이사장)의 지시를 이유로 현장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10일자 A14면 보도
[관련기사] 장애인고용공단 ‘비리무마’ 로비 의혹

노동부가 1월 공단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뒤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실에 제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단은 2007년 A컨설팅을 장애인 창업지원컨설팅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이 창업을 통해 자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사무실 임차비용을 지원하는 것.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A컨설팅은 모두 10억여 원을 공단에서 지급받아 2007년 110명, 2008년 157명에게 지원했다. 문제는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려면 최근 2년간 10곳 이상의 창업컨설팅 실적이 있어야 함에도 A컨설팅은 10곳 중 8곳이 창업자가 아닌 기존 사업자에 대한 실적을 제출했다. 노동부 감사 결과 A컨설팅은 부채비율이 182%로 재무건실성 점수가 0점을 받아야 하는데 공단이 선정한 한 심사위원이 5점을 줘 탈락을 면했다. 심사 업무를 맡은 공단 간부는 채점표 검토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공단은 지난해 12월 초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에서 개명) 정하균 의원이 이 같은 비리 혐의를 통보하자 자체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A컨설팅 선정 업무를 담당했던 책임자가 감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문제가 생기자 감사를 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이 감사부장은 공단 이사장 등이 은밀한 처리를 주문하고 해당 사업장이 방문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지 조사도 없이 서류 검토와 전화로만 조사한 뒤 모두 혐의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A컨설팅과 공단 직원들의 유착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노동부는 “업무를 잘못 처리한 사실은 있으나 A컨설팅과 공모했다고 볼 단서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단 직원 10여 명에게 경고 또는 주의 조치만 내렸다. 노동부 감사실은 “(직접 수사 의뢰를 안 한 것은) 공권력을 남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수사 여부는 공단에 맡겼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공단이 특정 업체와 수년간 지속적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이를 무혐의 처리한 것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단순 업무 실수로만 처리하는 노동부 감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공단의 유착 의혹, 노동부의 미온적 감사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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