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최상위권 아니어도,‘스펙’이 모자라도 기회는 있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올해 특목고·자사고·자율고 입시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핵’은 바로 자기주도학습전형.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반영하지 않고 지필고사를 폐지하는 한편 중학교 내신 성적과 면접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도입은 특목고 등을 목표로 공부해온 현재 중3과 학부모들 사이에 커다란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전형, 그 정체는 무엇인가.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뚫고 합격의 기쁨을 누리려면 어떤 변화된 전략을 구사해야할까.
이번 주부터 3회에 걸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집중 해부한다.》



○ 희비가 엇갈리는 학생들


“우리 아이 성적이 반에서 15등 정도에요. 전체 성적을 보면 ‘엉망’이지만 영어 내신은 2등급이에요. 그런데 아이의 장래희망은 ‘애니메이션 전문가’죠.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달한 일본과 연관 지어 학습계획서에 진로를 적시하면 외고 일본어학과도 노려볼만하지 않을까요?”

중3 아들을 둔 학부모 A 씨(44·서울 서초구 방배동). 그는 서울 강남구의 한 입시학원을 찾아 자녀의 외고 진학 가능성을 타진했다. 반 15∼18등을 맴돌던 아들의 성적에 당초 특목고 진학은 꿈도 꾸지 않았던 A 씨. 하지만 최근 특목고 입시가 변하면서 수상실적이나 토플점수보단 학업계획서와 독서이력이 중요해졌다는 말을 전해 듣고 ‘우리 아들도 혹시?’하는 생각을 품게 됐다. 올해 새로 도입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A 씨의 아들처럼 이른바 ‘입시 스펙’이 부족했던 학생에게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로 인식되는 것. 반면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을 목표로 공부해온 최상위권 학생과 그 학부모들은 좌불안석이다. 수년 간 피땀 흘려 쌓아온 ‘우수한 스펙’을 활용할 기회가 원천봉쇄 됐기 때문이다. 민족사관고(민사고) 합격을 목표로 공부해온 최상위권 중3 한모 군(15·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얘기를 들어보자.

“토플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초등 4학년 때부터 영어공부를 했어요.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P 학원 민사고 입시대비반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했죠. 또 영어논술대회, 영어글쓰기대회 같은 각종 경시대회에 참가해서 수상실적도 남겼고요. 그런데 학업계획서에 이런 내용을 쓰기는커녕 면접에서 언급조차 못 한다니요….”

최상위권 학생들은 불안하다. 올해 입시부턴 과거 수상실적을 일절 배제하고 내신으로만 평가되며 내신 또한 석차백분율이 아닌 등급제로 반영됨에 따라, 자신을 어필할 차별화된 ‘무기’를 사실상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신도 영어 한 과목만 반영되는 만큼 영어성적만 좋으면 외고를 넘볼 수 있게 된 것. 한 입시학원 원장은 “변화된 입시제도는 학생들의 상향지원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지역 유명 자율고를 노리던 학생은 자사고와 외고에, 일반계고를 생각하던 학생 중 적잖은 수가 유명 자율고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자기주도학습전형, 똑바로 보자

자기주도학습전형은 무엇인가. 중학교 내신 성적과 면접만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당락을 결정짓던 △영어인증시험 점수 △경시대회 수상실적 △학교별 지필고사는 반영되지 않으며, 대신 △중학교 2, 3학년 내신 성적 △학습계획서 △교장추천서 △면접이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된다.

문제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이 학교 유형별로 다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타임교육 하장범 특목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자사고, 외고, 과학고, 자율고별로 자기주도학습전형의 세부기준이 달라질 것”이라며 “학교별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지원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외고를 보자. 외고는 인문계만 뽑는데다가 학과별로 모집하므로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수험생의 미래진로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자신의 진로를 위해 주도면밀하게 독서이력을 쌓아왔다는 사실을 어필해야 한다. ‘인문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로 대상이 좁혀질 뿐 아니라, 다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학과별로도 범위가 좁혀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고를 준비하려면 면접에서 자신이 진로를 확고히 정하고 있음을 밝히는 것이 좋다.

한편 인문계·자연계를 모두 뽑는 자사고는 학과를 구체적으로 나눠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므로 학교의 설립취지와 배경이라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해당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자신이 부합함을 어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해외 명문대 유학생을 다수 배출한 민사고의 경우는 학업계획서나 면접에서 ‘해외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입학정원의 30%를 선발하는 과학고는 선발 2∼3개월 전부터 입학사정실무위원회, 입학사정위원회, 입시전형위원회를 구성해 지원자를 ‘밀착평가’할 예정이란 점이 큰 특징. 따라서 과학캠프참여, 수학·과학 동아리 활동처럼 평소 ‘생활 속’에서 쌓아온 노력을 어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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