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亞~유럽 북극항로’ 허브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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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얼음 녹아 바닷길 열려… 수에즈운하 경유보다 40% 단축
남극임무 마치고 돌아온 쇄빙선 아라온 “연말께 북극 탐사”

국내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88일간의 남극 항해를 마치고 15일 인천항으로 귀항했다. 아라온호는 올 7월 초 북극의 
기후환경과 해양조사를 위해 출항할 예정이다. 보고회를 마친 연구원과 승조원들이 아라온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원대연
 기자
국내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88일간의 남극 항해를 마치고 15일 인천항으로 귀항했다. 아라온호는 올 7월 초 북극의 기후환경과 해양조사를 위해 출항할 예정이다. 보고회를 마친 연구원과 승조원들이 아라온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원대연 기자
“북극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인도양 항로에 비해 소요 시간을 40%나 단축할 수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장 짧은 바닷길입니다.”

북극항로가 개발될 경우 최대 수혜지로 부산항이 꼽히면서 부산시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4일 한국해양대 아산관 4층 세미나실에서는 ‘북극항로 대응협의체 제1차 회의 및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다음 달에는 제2차 회의, 5월에는 연구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린다.

○ 북극항로의 출현

세계 각국은 북극항로를 기존 해양 유통과 물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혁신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 나라마다 기회이자 인류에게는 엄청난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얼음이 사라졌을 때 생기는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북극에는 1979년 이후 2000년까지 약 39%의 얼음이 감소했다. 2007년 9월은 북극 얼음 관찰 이후 빙하 면적이 가장 좁은 430만 km²였다. 1990년대만 해도 북극 해빙이 사라지는 시점을 2100년으로 추정했으나 최근에는 2030년경 여름철 빙하가 모두 녹고 2050년에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산항에서 유럽 최대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까지 기존 항로는 2만1000km에 24일 걸리나 북극항로는 1만2700km에 14일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물류 운송기간과 비용이 확 줄어든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팀장은 “북극항로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함께 외교적 측면을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해운업계 판도변화와 주도방안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산항의 기회

부산항은 아시아-유럽 간 북극항로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동북아 주요항만 중 북극항로에 가장 근접해 있다. 중국, 동남아, 일본의 환적화물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이 부산항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할 경우 유류공급과 선용품 판매, 선박수리조선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과 조선기자재 산업, 물류 및 유통산업은 물론이고 북극 관광과 연계한 크루즈 모항 발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한국해양대 영남씨그랜트대학사업단에 ‘북극항로 개발에 대비한 대응전략’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1월에는 산·학·연·관 전문가 20여 명이 참여하는 ‘북극항로 대응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에서는 해운 및 항만물류, 조선, 에너지, 자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및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해양대에는 북극해 항로연구센터가 설치돼 연구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남극 항해 임무를 마치고 15일 귀항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올해 말부터 북극 탐사에도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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