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맞아 손님들이 대거 돌아왔다. 방학 동안 비어 있던 대학가 앞 음식점 이야기다. 서울시는 3월 개강 시즌을 맞아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신촌과 건국대 입구 등 대학 앞 음식점을 불시에 점검했다. 손님이 갑자기 늘어남에 따라 위생상태 불량이 우려됐기 때문. 하지만 민간 소비자단체와 합동으로 진행한 이번 단속 결과 총 13곳 중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는 한 곳에 불과했다. 대학가 앞 음식점은 시중보다 훨씬 싼 대신 당연히 지저분할 것이라는 생각은 말 그대로 편견이었다. 편견이 사라진 이유는 뭘까? ○ “의외로 깨끗하네?”
10일 오후 1시 반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 연세대 앞 ‘늘 배고픈’ 학생이 많이 찾는 고기뷔페 골목. 점심 장사를 마치고 저녁 장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마음껏 드시고 8000원’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고기 뷔페집으로 하재호 김태영 서울시 위생과 직원과 오순애 녹색소비자연대 소속 감시원이 들어섰다. 식품위생감시원증을 보여준 하 씨가 냉장고 문부터 열었다. 삼겹살과 목살이 잔뜩 들어있는 푸른 비닐 위에 칠레산, 미국산, 캐나다산 등 원산지가 적혀 있는 작은 종이가 붙어있었다. 이곳 종업원은 “요즘 단속도 워낙 잦지만 원산지를 일일이 물어보는 손님이 많아 일부러 표시해두었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가 앞에 유행처럼 대거 들어선 프랜차이즈 형태의 고깃집들은 상대적으로 청결 상태가 더 양호한 편이었다. 대부분 매일 그날그날 사용할 식재료를 본사로부터 납품을 받기 때문. 주방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조리 작업만 하다 보니 크게 지저분할 이유가 없었다.
이날 추가로 무작위로 들른 일부 업소 중에는 랩을 씌우지 않은 채 그릇에 생마늘과 고추를 미리 담아뒀다가 지적을 받았다. 뚜껑을 덮지 않고 그대로 냉장고에 식품을 보관한 점도 지적 대상이었다. 하지만 행정처분 조치에 해당하는 유통기한 표시 및 환기구와 바닥 청결 상태, 잔반 처리 상태 모두 양호한 편이었다.
○ 잦은 단속+120신고=청결한 음식점
이어 11일 같은 시간 이번에는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앞을 찾았다. 지하철 2, 7호선이 지나는 데다 인근에 건국대뿐 아니라 세종대 등도 있어 늘 젊은이로 붐비는 곳이다. 우선 외관상 허름해 보이는 빈대떡집으로 가장 먼저 발길을 향했다. 이 집은 주방과 빈대떡을 굽는 철판이 따로 분리돼 있는 점이 특징. 이곳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주인 강흥기 씨는 “빈대떡도 눈앞에서 직접 깔끔하게 부쳐야 학생들이 믿고 맛있게 먹어 일부러 주방 밖으로 내놨다”며 “예전엔 테이블마다 돌려쓰던 막걸리 주전자도 모두 없앴다”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이 즐겨 찾는 프랜차이즈 김밥전문점도 고춧가루와 마요네즈, 김 등 50여 가지 재료들에 유통기한 및 원산지가 제대로 표기돼 있었다. 하 씨는 “2년 전만 해도 대학가는 단속 때마다 40% 이상이 위생 불량으로 적발됐다”며 “최근에는 조금만 지저분해도 학생들이 학교 인터넷 게시판이나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등으로 바로 신고하는 일이 많다 보니 업주들이 경쟁적으로 청결하게 영업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20에 접수된 원산지 위반 및 위생불량 업소신고 전화 500여 건 중 60%가 대학가 주변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120 신고가 접수되면 서울시청 위생과 등 관련 부서는 즉각 해당 업소로 실태 점검을 나간다. 신고된 업소에 대해 ‘이 잡듯’ 위생 불량 상태를 뒤지는 것. 이를 통한 실제 단속 효과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위생상태 불량 신고 전화가 접수된 서울 명지대 앞의 한 음식점은 단속 결과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 사실이 적발돼 영업정지 15일을 받았다. 11월 서울대 앞 음식점 역시 학생 신고로 단속을 나가 확인한 결과 무신고 업소임이 확인돼 경찰에 고발당했다. 깔끔한 식당문화는 깐깐한 소비자가 만드는 셈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