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자신에게서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15일 1심 4차 공판에서 “내가 먼저 한 전 총리에게 청탁을 한 적은 없고, 한 전 총리가 (공기업 사장 인사 문제를) 알아서 해줬다는 필링(feeling)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곽 전 사장은 “당시 산업자원부 차관인가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 공모에) 이력서를 내보라는 연락이 오고 그래서 한 전 총리에게 지원서를 낸다는 취지의 얘기는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증인으로 출석한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당시 참석자들이 오찬장을 나간 순서와 관련해 “검찰 조서에 내가 제일 먼저 (오찬장을) 나갔다고 돼 있는데, 그것은 현관 밖에 나와서 차를 타고 간 순서”라며 “오찬장에서 누가 먼저, 나중에 나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차 공판에서 곽 전 사장은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과 강 전 장관이 먼저 오찬장을 나갔으며, 내가 뒤따라 나가면서 식탁 의자에 돈 봉투를 놓고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강 전 장관은 총리 오찬 모임에 대해 “사전에 누가 참석하는지 몰랐고 국무위원을 같이 지낸 전임 장관들을 초청한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공직 출신이 아닌 곽 전 사장이 와 있어서 뜻밖이었다”며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에게 정중하게 얘기를 해서 두 사람이 친분이 있다는 느낌은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한 전 총리 측은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거듭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지난해 11월 9일 조사에서는 곽 전 사장이 ‘3만 달러를 줬다’고 진술했다가 같은 달 19일 조서에서는 ‘준 적 없다. 거짓말한 것이다’라고 번복했다. 이후 ‘5만 달러를 줬다’고 말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곽 전 사장이 3만 달러를 줬다고 얘기한 부분은 곽 전 사장이 날짜와 사건의 순서 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빙성이 없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며 “곽 전 사장이 변호인을 만나고 온 뒤 ‘3만 달러를 줬다는 사실을 없는 걸로 해달라’며 진술을 번복해 11월 19일 조서에 거짓말한 것으로 기재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곽 전 사장의 부인 김모 씨는 “남편이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그만둘 즈음(2001년 초)에 만년필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청와대 행사에 갔을 때 노 대통령이 ‘지금도 그 만년필로 사인을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며 기분 좋아했다”면서 “한 전 총리에게 부탁하면 노 대통령이 들어줄 것으로 추측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곽 전 사장이 2004년 4월 6일 한 전 총리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후원금 100만 원을 계좌이체로 송금한 사실, 2005년 12월 곽 전 사장의 아들 결혼식 때 한 전 총리가 직접 참석해 축의금 10만 원을 낸 사실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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