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좋은삼선병원 어린이집
밤10시반도 OK, 젖먹이도 OK… “야근 잦은 간호사 엄마에 딱”
어둠이 깔린 저녁시간에 병원 근무를 마친 박정훈 씨(왼쪽)와 부인 유수영 씨(오른쪽)가 아이들을 데리고 좋은삼선어린이집을 나서고
있다. 변선영 원장(가운데)도 나와 배웅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좋은삼선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선생님들과 놀이시간을 갖고 있는
모습. 부산=최재호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7시 부산 사상구 주례동 좋은삼선어린이집. 윤향숙 좋은삼선병원 인공신장실 간호사(36)가 병원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들어서자 “엄마”를 외치면서 민혁(37개월)·민서(21개월)가 뛰어나온다. 오전 7시에 출근한 윤 씨는 근무를 마치고도 밀린 차트를 정리하고 교육을 받느라 퇴근시간을 세 시간 넘긴 뒤에야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여느 어린이집이라면 미리 전화해 늦게 간다고 통사정을 해야 하지만 윤 씨는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데리러 온 것. 3교대 근무를 하고 출퇴근시간이 불규칙한 윤 씨가 첫째인 민혁이를 낳고 근처 어린이집을 알아봤지만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는 문을 열지 않아 맡길 수가 없었다. 결국 1년간 휴직했다. 윤 씨는 민혁이를 직장 어린이집에 넣으며 복직할 수 있었다.》 병원직원 출퇴근에 맞춰 어린이집 운영시간 정해 ‘육아퇴직’ 고민 사라져 “둘째아이 낳기로
했죠” 두달에 한번씩 부모 모임 ‘아이들과 놀아주기’ 배워
○ 야근 직원 위해 야간까지 운영
좋은삼선병원 등 8개 병원이 속한 은성의료재단의 직장보육시설인 좋은삼선어린이집은 2004년 3월에 개원했다. 병원 내 공간이 없어 병원 옆 단독주택을 구입해 어린이집으로 개조했다. 정부 지원금 1억 원을 포함해 4억 원이 들었다.
구정회 은성의료재단 이사장은 “3교대와 같이 불규칙한 근무시간 때문에 육아에 고민하던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인력관리 면에서 손실이 컸다”며 “보육수당이나 위탁시설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장보육시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 이사장은 이직이 줄고 경험이 풍부한 간호사가 늘어나면서 서비스가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 좋다고 했다.
이곳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아이를 돌봐 준다. 토요일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운영한다. 민간 어린이집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 12개월 이하 영아도 3명이나 된다. 변선영 좋은삼선어린이집 원장(35)이 매달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은 바로 엄마들의 야근표다. 엄마들의 출퇴근시간에 맞춰 선생님의 출퇴근시간도 정해진다. 6명의 선생님이 하루 8시간씩 탄력근무를 하며 엄마들의 빈자리를 메운다. 새벽 출근과 야근을 수시로 하는 직원들을 위한 맞춤형 시스템으로 만든 것. 현재 정원 21명이 꽉 찼고 7, 8명이 대기 중이다.
재단 산하 다른 병원 직원들도 이곳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단은 수영구 남천동의 좋은강안병원에도 직장보육시설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 엄마나 다름없는 선생님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긴 아이들에게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또 다른 엄마’다. 아이들은 엄마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할 때쯤 입소해 보통 48개월이 될 때까지 다닌다. 입소 기간은 2, 3년이고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엄마보다 선생님을 더 따르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만큼 선생님의 재직기간도 평균 3년이다.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 평균 재직기간이 1년 9개월인 것에 비하면 1년 이상 길다. 보육교사들이 총무과 소속 병원 직원으로 되어 있어 4대 보험 가입, 상여금 지급 등 근무조건이 민간 어린이집보다 낫기 때문이다. 변 원장은 “선생님이 자주 바뀌면 아이들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며 “탄력근무제 실시 등 선생님들의 처우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사내 복지제도 중 가장 만족도 높아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직원들은 사내 어떤 복지제도보다 만족스럽다고 평가한다. 서현이(33개월)를 100일 이후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박정훈 씨(34·총무과)는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직장 동료들에게 병원 어린이집을 자랑할 정도”라고 말했다. 21명 중 형제가 8명이고 첫째가 졸업한 뒤 둘째가 다니는 경우가 4명이다. 엄마들이 어린이집을 믿고 아이를 낳는다는 얘기다.
어린이집은 늘 적자다. 직원들은 보육료로 20만 원만 내고 나머지는 병원이 부담한다. 구 이사장은 “보육시설은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라며 “생산성이 높아져 병원 경영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같은 직장에 다니고 만족도가 높다 보니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보육공동체를 형성했다. 부모들은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모임을 갖는다.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노래나 놀이를 배우거나 성격에 따른 훈육법 강의를 듣는 교육시간도 마련한다. ▼“직장보육시설 만들려면 어떻게…” 설명회 후끈▼
11일 직장보육시설 설치 지원을 위한 설명회에서 김미정 직장보육시설지원센터장이 올해 달라진 지원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근로복지공단기업 실무자 50명 큰 관심 “비용 최대 80% 무상지원” “문 열자 직장 자부심 커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직장보육시설 수요 조사를 너무 믿지 마세요. 실제 어린이집이 설치된 뒤 거리가 멀거나 기존 어린이집을 나오기 힘들어서 맡기지 않기도 합니다.”
최영미 한국HP 이사는 근로복지공단 직장보육시설지원센터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본부에서 연 설명회에서 직장 어린이집 설치 초기에 예상보다 이용자가 적었던 경험을 언급했다. 최 이사는 “하지만 어린이집이 문을 열자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했다”며 “근무시간 도중 자주 아이를 찾지는 않을까 하는 점도 기우였다”고 말했다.
이 설명회는 직장보육시설의 필요성을 알고 있는 기업은 적지 않지만 막상 설치하려면 어떻게 허가를 받아야 하고 지원은 어떻게 되는지 고민하는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검토 중인 기업의 실무자 50명 정도가 참석해 강의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이날 LG전자와 한국HP가 설치 경험을 발표하자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는 열기도 뜨거웠다.
LG전자 서초어린이집은 1∼4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변의 남은 땅을 활용한 텃밭을 아이들이 직접 가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HP 어린이집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유치원 수준의 교육을 하는 게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 어린이집은 각각 모아맘과 푸른보육경영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날 나온 응답을 정리한다.
―사업주가 같은 A·B회사가 공동으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할 경우 정부 지원금은 어떻게 되나.
“고용보험에 가입한 기업이 직장에 보육시설을 설치하면 소요 비용의 최대 80%까지 무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 사업장이 단독으로 설치하면 2억 원, 여러 사업장이 공동 설치하면 5억 원이다. 하지만 여러 사업장일지라도 사업주가 같으면 단독 설치로 보고 2억 원을 지원한다.”
―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을 같이 받을 수 있나.
“노동부는 보육교사 인건비를 1인당 최대 80만 원까지 무상 지원하고 있다. 단,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3분의 1 이상은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의 자녀여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자체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는다. 따라서 중복 수령은 할 수 없다. 지자체별로 5만∼10만 원씩 지원하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비는 노동부 지원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산업부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사회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교육복지부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오피니언팀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직장보육시설 컨설팅 무료로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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