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나는 죽일 놈입니다” “제가 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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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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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양 살해사건 수사팀이 밝힌 5일간 심경변화

“내가 죽일 놈입니다. 살아서 뭐하겠습니까?”(14일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와의 대화에서)

“제가 다 했습니다.”(같은 날 조사팀 박명훈 경사에게)

이유리 양(13)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33)는 여러 가지 심리적 압박을 받자 검거된 지 며칠 사이에 많은 심경 변화를 보였고 이는 곧 자백으로 이어졌다.

14일 오후 3시경 부산 사상경찰서 3층 특별조사실. 이날 오전 거짓말탐지기와 뇌파검사를 받고 난 뒤 김 씨는 권 경위에게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10일 두 사람의 첫 만남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첫 만남 때 그는 “나는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며 3시간가량 장황한 설명을 했다. 둘째 날(11일) ‘(너의 혐의에) 피해자 가족과 국민이 공분한다’고 하자 “내가 중요하지 국민이 중요합니까”라며 신경질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자백 이틀 전인 12일부터 김 씨에게 변화가 보였다. 권 경위를 보면서 “선생님은 살고 싶습니까? 죽고 싶습니까? 저도 사람이라 살고 싶습니다”라며 혼자 묻고 대답했다. “선생님, 미안해요”라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13일에는 권 경위에게 “서울로 빨리 올라가세요. 나 스스로 무너지는 게 보입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두 가지 증거만 들이대면 무너질 것 같았다. 예상대로 그는 14일 한순간에 범행을 자백했다.

“수사에 협조하고 무기징역 정도라도 감형을 받자”고 제안하자 김 씨는 “나와 상관없는 일인데 왜 그러세요?”라고 태도가 돌변했다. 15일 오후 범행을 털어놓은 뒤 “나도 사람을 죽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랐습니다. (저는) 끝난 것 아니겠습니까? 뻔히 알면서 왜 물어봅니까?”라며 앞으로의 처지를 걱정했다고 한다.

권 경위 “김길태는 단순… 강호순-정남규와 비교 안돼”

김 씨를 지켜본 권 경위가 전한 닷새간의 심리 변화상이다. 권 경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기 이후 잦은 복역생활과 성장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나 사회화 과정이 부족한 것 같았다”며 “그는 사이코패스는 아니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 경위는 14일까지 김 씨와 하루에 한 번씩 5차례 만났다.

권 경위는 김 씨가 “만약 들통 나면 나는 전자발찌를 차야 되고 신상정보도 공개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며 “붙잡히면 끝이라는 생각에 이 양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정남규,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 범인 정성현을 만나 자백을 이끌어 낸 권 경위는 “김 씨가 성범죄와 폭행, 절도 전과가 있었지만 살인은 처음이다. 그래서 자신도 범행에 대해 놀라고 있다. 강호순, 정남규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이 김 씨는 단순하다. 그는 범죄지능지수가 높거나 특별하지 않다”고 전했다.

김 씨가 자백하기 전 찾았던 사상경찰서 박 경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4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끝내고 나를 찾길래 가 보니 울면서 ‘제가 다 했습니다’라고 말했다”며 자백 순간을 설명했다. 박 경사는 “나도 두 딸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또 사회 선배의 입장에서 인간적인 대화를 했더니 김 씨의 마음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가 검거 다음 날인 11일부터 이 양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들지 못했다”며 “너보다 더 가난한 중학교 진학 여학생을 죽였다는 질책에 심리적인 갈등을 느끼며 결국 자백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동영상 = 물탱크 속에 사체 쳐 넣어…김길태 현장검증



▲동영상=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한 무속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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