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양 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가 시신 유기 혐의를 인정한 데 이어 성폭행과 살해 혐의를 추가로 인정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사상경찰서는 ‘성폭행을 할 때 이 양이 소리를 질러 입을 막아 살해한 것 같다’는 김 씨의 진술을 받아냈다고 15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14일 밤 조사에서 이 양의 부검 결과를 알려주자 김 씨는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했다. 김 씨는 자신에게 잘 대해 주었던 박명훈 경사(49)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고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았다.
경찰은 이 양의 사망 시점에 대해서는 “지난달 24일 밤에 납치 또는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다음 날 새벽 유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시신 유기 장면을 지켜본 목격자 A 씨와 이 양의 시신이 발견된 다음 날 인근에서 김 씨를 목격한 여고생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5시경 김 씨가 물탱크 주변을 서성이더니 하얀색 가루를 뿌리는 걸 목격했다”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미뤘다”는 진술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또 시신 발견 현장에서 확보한 시멘트 가루가 묻은 목장갑과 검은색 후드 점퍼를 내밀어 “시신을 유기하면서 내가 입고 사용했던 것들”이라는 진술도 확보했다. 또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오전 친구들에게 20여 차례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 그는 “죄책감과 불안감 때문에 힘든 처지를 털어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술에 취해 이 양을 납치해 살해 장소로 끌고 간 기억은 없다”며 15일 밤까지도 납치와 감금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두 혐의를 인정하면 우발적인 게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였음을 밝히는 것인 만큼 김 씨가 계속 부인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 씨 조사에 입회한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는 “이 양을 모른다는 진술과는 달리 이미 알고 있었고 사건 당일에도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이 양 집에) 의도적으로 침입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6일 사건 현장 일대에서 현장 검증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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