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제주 한라산 숲길에는 도토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하지만 도토리를 먹고 사는 다람쥐(사진)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조차 다람쥐를 접하기 쉽지 않다. 제주 주민들은 제주에 다람쥐가 사는지, 왜 눈에 띄지 않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 오름(작은 화산체). 해발 800m 정상 부근에서 다람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기척을 느끼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10여 분 뒤 다람쥐가 또다시 나타났다. 길이는 15cm가량. 꼬리까지 합치면 30cm가량 되는 크기였다. 동면에서 깨어나 먹이를 찾는지 지난가을 떨어진 졸참나무의 도토리를 잡고 어디론가 재빨리 숨었다. 가까스로 카메라에 다람쥐 모습을 담았다. 다람쥐를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육지와 달리 제주에는 개체수가 많지 않다. 제주지역은 1984년 제주도가 발행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학술조사보고서’에서 다람쥐가 처음으로 포유류 동물목록에 포함됐다. 이후 포유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목격 여부에 따라 서식 포유류 목록에 들어가기도 하고 빠지기도 했다.
다람쥐 먹이가 되는 참나무 종류는 한라산국립공원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낙엽활엽수인 떡갈, 신갈, 졸참, 상수리나무를 비롯해 상록활엽수인 붉가시, 종가시, 참가시나무 등이 도토리를 맺는다. 먹이 환경은 우수하지만 개체수가 적은 것은 족제비, 소쩍새 등 천적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람쥐는 5개의 검은색 줄무늬가 있고 몸길이는 12∼17cm. 홀로 동면을 하고 봄과 가을에 걸쳐 1년에 2회 출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지역 다람쥐의 서식환경과 특성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 오장근 제주도환경자원연구원 박사는 “1960년대 다람쥐 5마리를 방사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제주 환경에 적응한 후손인지 알 길이 없다”며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다람쥐 개체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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