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윤승현/설렘과 떨림 함께 찾아온 복학생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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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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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공기마저 아늑하게 감싸는 포근한 날씨, 만물이 생동하고 봄기운이 만연하다. 사람도 세상의 일부인지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설레는 시기. 요즈음 나는 다른 이보다 조금 더 설레는 봄을 맞았다. 헤어진 여자친구와 2년 만에 재회하듯이 복학을 준비해서다. 복학하는 내 심정이 아마 헤어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날 때의 기분과 많이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에 슬퍼하고 가슴이 찢어져 목 놓아 울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이별을 감당하는 방법이야 다르겠지만 이별 후에 드는 생각, 정확히 말해 후회라는 단어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 내가 그때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 그때는 내가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때늦은 후회가 나에겐 또 다른 의지가 되어 언젠가 다시 만날지 모르는 그녀를 위한 무기가 된다.

복학이 헤어졌던 그녀와의 재회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입대하기 전 대학 입학의 부푼 꿈을 이룬 성취감과 자유분방함을 만끽하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던 시절. 젊음과 낭만이라는 포장지에 나의 방탕과 유흥을 살포시 얹어놓았던, 즐거웠지만 돌이켜보면 후회 가득한 그때. 복학하면 강의시간에 집중하고 앞에 앉아서 단 한마디도 놓치지 말아야지! 예습복습 철저히 하고 시험기간에는 여유롭게 해야지. 이런 다짐을 하며 복학 후 나의 대학생활을 그려보곤 했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넘치는 의욕은 이내 시들해져 버리고 처음과는 점점 괴리감이 커지듯이, 복학이라는 의미 있는 단어를 의미 있게 만드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내 자신의 과부하를 느끼지 못하다가 한순간에 소진되어 버린 나를 발견하는 복학생이 될 수도 있다. 또 지금의 그녀에게 2년 전의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다가간 나는 그녀가 변했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지난 우리 사랑을 회상할 수도 있다.

복학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새로운 교수님, 달라진 전공 책, 낯선 사람과의 팀 프로젝트가 2년 전의 대학생활과는 너무도 달라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 지어진 건물이나 시설에 익숙하지 않아 헛걸음을 할 수도 있다.

익숙했던 이를 떠나보내고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그 사람을 만나려 하는 데서 많은 실수가 생길 수 있듯이 대학생활에 대한 단순한 의욕과 의지만으로 복학하겠다는 내 생각은 짧았던 것 같다. 세밀한 준비와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복학생이 정답이 아닐까? 봄기운에 살랑대는 얄팍한 설렘보다는 겨우내 불던 바람이 되어 다시금 대학생활의 꽃을 피우고 싶다.

윤승현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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