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 장학관 재산등록제… 수석교사 학교마다 1명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 MB 첫 교육개혁대책회의

교육장 인사위서 2배수 추천
‘교사→수석교사→교장’ 등 교원 승진체계 다원화 추진

2000만원 이하 수의계약도 업체 선정과정 공개 의무화
부처협의 필요… 실효성 논란

“대통령이 교육 변화 주도할 것”  1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1차 
교육개혁대책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비리 근절 대책 등을 보고받은 뒤 “교육을 개혁해 나가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이 교육 변화 주도할 것” 1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1차 교육개혁대책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비리 근절 대책 등을 보고받은 뒤 “교육을 개혁해 나가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교육과학기술부에서 17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교육비리 근절 대책의 기본 골격은 폐쇄적인 조직을 개방하고 외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교육감과 전문직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교육비리가 발생하지만 견제 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과부는 이번 대책을 바탕으로 사안별 세부 계획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 공모제 등으로 조직 개방

이번 대책의 핵심은 인사 구조 개방이다. 초빙형 교장 공모제 비율을 50%로 늘리고 교육감이 임명하던 지역 교육장 자리에 대해서도 공모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청 내 주요 보직에도 공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교장 연수 대상도 현재 결원 대비 130%에서 150%로 늘려 우수 교장 풀(pool) 확보에 나선다. 모두가 교육감의 인사권을 줄여 ‘밀실 인사’ 관행을 탈피하기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 교육청 내 인사는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었다. 이 때문에 선호 지역 학교 교장으로 가려는 학교장들이 로비를 펼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지역교육청 수장인 교육장은 1991년 교육 자치 실시 이후 선거 ‘공신’들이 자리를 나누어 갖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교과부에서는 지역교육청에 교육장 임용 인사위원회를 설치해 2배수를 추천하도록 한 뒤 교육감이 최종 임명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내부 인사끼리 면접 및 현장 평가 등으로 선발하던 장학사 선발 시험에도 심사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50% 참여시키기로 했다. 장학사로 선발되면 교장 승진이 쉽고 승진 속도도 빨라 교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선발권자의 입김이 너무 강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전문직과 교장·교감 사이의 전직 요건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순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렇게 되면 교장들이 소위 ‘물 좋은’ 지역 학교에서 교원 경력을 마치기 위해 2년간 장학관을 거친 뒤 자신이 원하는 지역 교장으로 나가는 폐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교과부는 기대했다.

장기적으로는 교원 승진 체계가 다원화된다. 현재 평교사가 교장으로 승진하는 경로는 ‘교사→교감→교장’, ‘교사→장학사→장학관→교장’으로 제한돼 있다. 교과부는 여기에 ‘교사→교감·수석교사·교장’, ‘교사→장학사·수석교사→장학관·교장’의 승진 체계를 추가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이에 앞서 현재 333명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는 수석교사제를 학교당 1인으로 늘리기로 했다.

○ 외부 감시 기능 확대

현재는 시도교육청 본청 과장급 장학관부터 재산을 등록하도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학교장과 인사 담당 장학관도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또 시도교육청 감사담당관도 외부 공모를 통해 뽑을 방침이다. 학부모 감사관제(청렴옴부즈맨)를 도입해 변호사, 회계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명예감사관으로 임명하고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시도교육청 평가 항목 중 ‘비리근절 노력 평가영역’을 민간 기관에 위탁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학교 회계와 관련해서는 수의계약 공개 대상을 확대하고, 2000만 원 이하 계약을 체결할 때도 ‘교육기관 전자조달시스템(학교장터·S2B)’을 활용해 업체 선정 과정을 공개하도록 했다. 교과부는 학교 회계 관련 법령에 ‘학교청렴계약제’ 규정을 포함하는 등 법적 실효성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또 2011년 결산부터는 학교별 재무 보고서를 학부모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 “아직은 로드맵 단계”

교과부가 마련한 비리근절 대책은 ‘추진 방향’이지 상세한 대책은 아니다. 성삼제 교육비리 근절 및 제도 개선 추진단장은 “아직은 ‘로드맵’ 단계로 시작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앞으로 관계부처나 시도교육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수정될 대책이 적지 않다. 실제 교장·교육장 공모제 확대는 시행령을 개정하면 적용할 수 있지만 재산 등록제를 비롯한 정책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교육감의 권한을 줄이는 부분 역시 민선 교육감들과의 협의가 필요한 내용이다. 성 단장은 “아직 교육감들과 협의하지 않았다. 현 교육감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6월 선거에서 새로 뽑힌 교육감과 협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교과부의 비리근절 대책에 대해 “교육감 권한 문제를 교육비리와 연계해 희생양으로 삼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과부의 생각과는 달리 갈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교장 공모제에 대해서도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 출신 한 교사는 “현재 구조에서 교장 자격증을 갖춘 인물들 대부분은 이미 교육계 분위기에 젖을 대로 젖었다. 교육감 권한을 줄여도 학교장 권한이 늘어나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초빙형 교장 공모제에는 교장 자격증을 갖춘 인물만 지원할 수 있다. 교장들의 정년만 연장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전직 기간을 4년으로 늘린 것도 정년 기간이 충분히 남은 젊은 교장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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