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돈 봉투 파문’ 의식… 23일 선거 앞두고 ‘클린’ 언약
선거운동도 전화-이메일로만
17일 오후 4시경 전남 신안군 임자면 선착장. 임자농협 조합장 후보로 나선 김성수 씨(58)와 정태실 씨(60)는 선거를 1주일 앞두고 뭍으로 나가는 여객선을 탔다. 3박 4일 동안 동해안 등을 둘러보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여행에는 임자농협 감사와 직원이 동행했다. 두 후보는 각자 여행비용 100만 원을 부담했다. 양측 후보는 불법선거를 예방하고 후보자 간에 생길 수 있는 앙금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이색여행’에 합의했다.
‘돈 선거’ 홍역을 치른 전남 신안군 임자농협 조합장 후보들이 불명예를 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후보는 20일 여행을 끝내고 임자도로 돌아와 이틀간 전화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을 통한 선거운동만 하고 23일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조합장 당선자가 확정되면 낙선자가 비용을 대 ‘상대 후보 당선을 축하한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 2개를 제작해 임자면 소재지와 선착장에 붙이는 데도 합의했다.
이들 후보는 여행을 떠나기 직전 조합원 300명이 모인 임자중 체육관에서 합동유세와 자정결의대회를 가졌다. 두 후보는 유세에서 “임자농협 명예회복, 불필요한 경비 절감”을 강조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두 후보는 선거기간에 ‘조합원들에게 하루 평균 10∼20통의 전화를 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조합원들도 대파 파종을 앞두고 있는 데다 행여 오해를 받을 것을 우려해 후보자들과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다. 주민 박모 씨(55)는 “이젠 돈 선거 이야기만 들어도 징글징글하다”며 “앞으로는 돈 썼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목포경찰서는 올 1월 조합장 선거에서 조합원들에게 돈을 준 혐의로 박모 씨(64) 등 4명을 구속했고 이들에게서 돈을 받은 조합원 35명의 명단을 신안군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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