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옛제물포항 130년 역사와 만난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3월 18일 03시 00분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옛 일본18은행 리모델링
2006년 9월에 개장올 방문객 5만명 넘을듯

1890년 건립된 옛 일본 18은행 인천지점을 리모델링해 만든 근대건축전시관(왼쪽). 전경숙 해설사(오른쪽 사진 가운데 안경 쓴 여성)가 개항기 제물포항 주변 모습을 재현한 모형을 보며 관람객들에게 당시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1890년 건립된 옛 일본 18은행 인천지점을 리모델링해 만든 근대건축전시관(왼쪽). 전경숙 해설사(오른쪽 사진 가운데 안경 쓴 여성)가 개항기 제물포항 주변 모습을 재현한 모형을 보며 관람객들에게 당시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박윤아 씨(26·여)는 14일 인천 중구 중앙동2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을 찾았다. 한국에 남아 있는 개항기 근대 건축물의 역사적 배경과 특성에 대한 리포트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 전시관에서 인천항(옛 제물포항)이 세계 열강들에 의해 개항할 당시(1883년)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개항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인천에 건립된 주요 근대 건축물을 사진과 모형 등을 통해 둘러봤다. 전시물을 모두 관람한 뒤 그는 중앙동과 해안동 일대에 남아 있는 건축물을 일일이 답사했다. 김 씨는 “인천이 개항 당시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려는 열강들의 각축장이었음을 건축물을 통해 알 수 있었다”며 “대부분 건축물이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보존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중구가 2006년 9월 문을 연 근대건축전시관을 찾는 발길이 크게 늘고 있다. 개관 이듬해부터 2008년까지 연간 관람객이 2만여 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4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1, 2월에만 7000여 명이 찾아 올해에는 관람객이 5만여 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시관의 설명이다.

이 전시관은 면적이 180m²에 불과하지만 유서가 깊은 건물이다. 1890년 건립된 옛 일본 18은행 인천지점을 리모델링해 만들었기 때문. 당시 열강들은 세를 과시하고, 수탈을 위한 방편으로 은행과 회사, 별장, 호텔 등 다양한 건축물을 앞 다퉈 세웠다. 일본의 경우 면직물 중개무역으로 돈을 벌어들인 상인들이 인천에 많이 정착해 살게 되자 인천지점을 냈다. 시와 구는 중앙동과 해안동 일대에 몰려 있는 건축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시관을 만들었다.

전시관은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제물포가 열리다’라는 주제가 붙은 제1관에 들어서면 개항기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다. 19세기 중엽 중국과 일본에 진출한 서양의 여러 국가가 조선에 통상을 요구했으나 대원군은 쇄국정책을 고수하며 문호개방을 거부했다. 그러나 1875년 발생한 운요호 사건을 계기로 일본과 강제로 강화도조약(1876년)과 제물포조약(1882년)을 잇따라 체결하며 결국 개항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 역사적 배경이 드러난다. 당시 제물포항을 촬영한 빛바랜 사진이 눈길을 끈다.

제2관에서는 1920년대 개항장 일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구 문물이 유입되며 건립하기 시작한 건축물을 촬영한 사진을 모아 만든 4분 분량의 영상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인 내리교회와 서구식 초등교육기관인 영화학당, 서구식공원인 만국공원(현 자유공원) 등을 만나게 된다.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기공식 장면도 들어 있다. 이 밖에 월미도∼자유공원∼신포동에 이르는 개항장 모습을 500분의 1로 축소한 디오라마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제3관에는 현존하는 근대 건축물이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일본제1은행과 답동성당, 일본58은행, 성공회성당, 인천우체국, 제물포구락부, 홍예문, 인천부청사 등으로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다. 소실돼 지금은 없어진 근대 건축물도 만날 수 있다. 개항기에 건립된 존스턴별장과 영국영사관 등 각국의 외교관사와 관공서 등을 모형과 영상, 패널로 소개한다. 은행 금고가 있던 자리에는 1930년대 개항장 일대를 항공에서 촬영한 사진과 당시 사용하던 엽서 4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탁본체험실에서는 1920년대 개항장 일대 모습을 새겨 놓은 동판으로 탁본을 떠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야외 포토존에서는 1920년대 인천 최초의 카페 ‘금파’가 들어선 신포동 일대 거리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전시관을 개관할 때부터 근무하고 있는 해설사 전경숙 씨(52·여)가 관람객을 위해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담당한다.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없다. 032-760-7549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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