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사건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성매매 단속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현직 경찰관이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8일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 소속 나모 경장(34)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나 경장은 16일 오전 3시경 인터넷 채팅을 하다 만난 김모 양(17·고교 중퇴)에게 “30만 원을 줄 테니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며 성 매수를 제안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나 경장은 김 양과 세 차례에 걸쳐 통화하며 만날 장소를 정하다 이날 오전 4시 반경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모텔로 이동해 함께 투숙했다.
나 경장은 객실로 들어가자마자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며 김 양을 협박했다. 나 경장은 “사실 나는 경찰인데 너는 지금 성매매를 하려다가 적발된 것이다”며 “지금 바로 나와 성관계를 갖지 않으면 성매매 현행범으로 경찰서로 데려가 처벌하고, 부모에게도 알리겠다”고 협박한 뒤 성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 경장과 헤어져 모텔을 나온 김 양은 바로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는데 가해자가 경찰인 것 같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김 양의 통화 기록에서 나 경장의 번호를 확인한 다음 17일 오후 경찰서에서 근무 중이던 나 경장을 긴급체포했다. 나 경장은 지난달까지 청소년 선도활동과 성매매 단속을 주로 하는 여성청소년계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양은 나 경장이 진짜 경찰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성관계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로 데려간다는 협박이 두려워 큰 저항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나 경장은 경찰에서 “잘못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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