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옥외집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6월까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해야 함에도 국회가 개정안 처리에 늑장을 부리자 경찰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은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7월 1일부터 야간집회를 허용하더라도 집회 중 ‘행진’을 할 경우 불법시위로 보고 해산, 차단 등의 질서 유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동아일보가 18일 입수한 경찰청의 ‘집시법 개정 무산 대응 방안’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7월부터 야간집회 중 행진이 발생하는 경우, 즉 ‘이동성’에 초점을 맞춰 집회를 차단, 해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6월 안에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따라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헌재는 지난해 9월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법률 공백을 막기 위해 6월까지만 잠정적으로 존속시켰다. 이때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집시법 10조는 자동 폐기된다. 경찰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집시법 10조 중 ‘집회’에만 해당될 뿐 야간시위를 규제하는 조항은 효력이 살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집시법 10조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일단 시위와 집회의 개념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행 집시법은 ‘옥외집회’를 사방이 폐쇄되지 않은 장소에서 여는 집회로, ‘시위’는 여러 사람이 모여 행진을 하거나 위력이나 기세를 보여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로 규정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집회나 시위를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한 경찰서 간부는 “법적으로는 구분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분간이 안 된다”며 “노조원 100명이 모여서 이슈에 대해 돌아가며 발언하는 건 집회지만 이들이 사측 건물 앞에 모여 선동적인 발언을 하면 시위가 되기도 하니 구분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야간집회 전면 허용 시 시민단체 등이 집회 중 ‘행진’을 할 경우를 구분 기준으로 삼아 차단, 해산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불법 폭력집회는 사람들이 모인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경우가 많았다”며 “추후 세부지침을 세워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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