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변경’ 암초 만난 검찰, 다음 카드는…
수행과장 “총리, 제부와 휴가때 골프 쳤다는 얘긴 들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1심 공판이 19일 7차 공판을 기점으로 반환점을 막 돌았다. 8일 첫 공판이 열린 이후 이날까지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포함해 무려 11명의 증인이 법정에 섰지만, 아직까지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지지 못한 상태다.
○공소장 변경 문제로 새로운 국면
18일 6차 공판에서는 담당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가 검찰 측에 “돈을 건넸다는 ‘행위’가 특정이 되도록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권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공소장에는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와 둘만 남아 있는 기회에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 간 5만 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줬다’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건넨 게 아니라 “식탁 의자 위에 돈봉투를 놓고 나왔다”고 진술하면서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 보라고 권고하게 된 것.
대법원 판례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할 때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제약을 받게 되므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런 대법원 판례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공소장에는 한 전 총리가 돈을 건네받는 상황이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무죄나 마찬가지인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뜻을 재판부가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검찰은 곽 전 사장의 법정 증언 등을 토대로 해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공소장 내용을 ‘곽 전 사장이 식탁 의자 위에 돈봉투를 놓고 나오는 방식으로 한 전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변경하더라도 이 돈봉투를 한 전 총리가 챙겼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군색한 처지에 몰린 셈이다.
○검찰, 골프채 선물 의혹 집중제기
검찰은 2002년 골프채를 선물 받았다는 의혹 부분을 집중 제기했고 이를 직·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증언들은 나왔다. 19일 7차 공판에서는 한 전 총리의 수행과장이었던 강모 씨가 증인으로 나와 “(한 전 총리가) 재직 중에 골프 치는 것을 본 적은 없고 휴가 때 제부(弟夫)와 골프를 한 번 쳤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측은 그동안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골프채를 거절하고 성의만 받겠다며 모자 한 개만 받아왔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골프채 선물 부분은 범죄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부분이고, 한 전 총리에게 골프채가 직접 전달됐는지도 아직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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