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수식만 빼곡, ‘멀미’나는 수학교재는 이제 싹∼ 치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일컫는 일명 ‘수포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급격히 늘어난다. 이 시기에 사칙연산이 등장하고, 계산해야 할 숫자 단위가 커지는 것도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공식을 암기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문제풀이를 반복하는 지루한 학습법이 아이들을 수학으로부터 밀어내고 있다고 꼬집는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에 멀미를 느끼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놀이로 수학을 접하고 창의력도 키우는 이른바 ‘사고력 수학’이 학원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기존의 수학 공부법에 문제의식을 가졌던 학부모가 그만큼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아이 ‘수포자’ 안 만들려면
다양한 교구-교재 등 활용
“이렇게 하면… 왜 그럴까…”
재미있는 사고력 훈련을

│수학, 이제는 창의사고력
7차 교육과정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수학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면서 창의·비판·논리적 사고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만약 숫자로 빼곡한 수학 교재를 상상한다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요즘 수학 교육의 트렌드는 읽고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이끄는 이야기 형태의 사고력 문제다. 요즘 아이들의 수학책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말해보세요’라고 묻는다. 타임교육(www.t-ime.com) 창의사고력 수학연구소 매스티안 한헌조 소장은 “이제 수학에 대한 부모의 생각이 변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창의사고력 수학전문학원 매스티안은 학생의 수준과 실력에 맞는 교구를 사용한 수학적 사고력 훈련과 재미있는 놀이로 수업을 진행한다. 사진 제공 ㈜타임교육 하이스트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창의사고력 수학전문학원 매스티안은 학생의 수준과 실력에 맞는 교구를 사용한 수학적 사고력 훈련과 재미있는 놀이로 수업을 진행한다. 사진 제공 ㈜타임교육 하이스트
학부모들은 자신이 어렵게 공부한 기억 때문에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수학을 즐기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니 아이가 수학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만다.

부모의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수학을 좋아한다. 왜 그럴까? 한헌조 연구소장은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하고, 5∼6세 때 배운 간단한 연산만으로도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재미있는 과목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수학을 좋아하고 자신 있어 하던 아이들이 ‘수포자’가 되는 이유는?

난도가 훌쩍 높아지는 초등학교 4학년 교과 수준부터 부모가 먼저 공포심을 갖고 아이와 함께 수학 공부하기를 꺼린다. 간단한 면적 구하기조차 아이가 답을 구하는 방법이나 과정을 살피기보다 채점하기에 급급하다. 아이가 문제를 틀리면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고 연산을 반복하게 하는 학습지를 신청한다.

기계적인 반복 학습은 아이의 연산 실력을 키우기 전에 지루함을 먼저 안겨줄 것이다. 즐거움이 없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 아이들은 수포자로 돌아선다. 아이가 수학을 재미있어 할 때 그것을 지켜내려면 수학에 대한 부모의 고정관념과 공포심부터 깨끗이 버려야 한다.

부모가 먼저 수학을 즐겨야 아이도 수학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어려운 공식들에 대한 악몽은 떨쳐내고 아이와 대등한 수준에서 함께 놀고 소통해보자.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지나 참고서를 밀어두고, 과일과 그릇, 장난감 같은 주변의 도구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수학 놀이를 시도해보자. 내가 아는 공식과 해법을 아이에게 주입시키려고 하지 말고, ‘이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과나무 높이가 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니?’ 등의 질문을 통해 답을 이끌어내자.

│교구 놀이와 토론으로 어려운 개념도 쏙쏙
아이와 사고력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부모가 먼저 공식을 알려줘선 안 된다. 사고력 수학에서는 많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문제 하나를 놓고 아이와 부모가 고민하고 토론한 끝에 최상의 풀이 방법을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보조자로서 아이의 문제 이해를 돕고 토론이 잘 이뤄지도록 때맞춰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헌조 연구소장은 “창의사고력 수학의 핵심은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으로, 아이가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사고력 수학 문제를 풀 때 퍼즐이나 도형, 블록 등을 자주 이용한다. 아이들이 색종이와 가위, 크레파스로 오리고 색칠하는 모습을 보면 수학 시간인지 미술 시간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고력 수학 전문가들은 “무한한 상상력과 유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수학은 복잡하고 해결과정이 길면 아이들이 포기해버리거나 지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교구와 교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에 나온 모형을 상상하며 이색적인 모양의 탑을 쌓고, 입체 도형을 분리해 전개도를 만들면서 훨씬 쉽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수학을 접할 수 있다. 부모와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주고받거나 토론하면서 문제를 풀면 수학의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지고, 수학적 사고력도 쑥쑥 커 나갈 것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내 아이에게 꼭 맞는 학습법 고르기
수학학습법도 ‘개성시대’… 자녀 강점-약점 감안해 맞춤교재 선택


‘좋아하는 색깔이 뭐니?’ 하고 물으면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을 대답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깔과 성향이 각기 다르듯이 생각하는 것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배우는 것도 달라야 한다. 많은 학부모가 보편적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책과 인터넷으로 익힌 학습법을 아이에게 가르치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특히 수학은 아이들마다 자신 있어 하는 부분과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법을 따르기보다 내 아이의 학습능력과 부족한 점 등을 체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다음 무엇을 먼저 공부하면 좋을지, 어떻게 공부하면 사고력이 향상될지 커리큘럼을 짜야 한다. 아이의 커리큘럼에 적합한 교구나 재료를 구입해 아이와의 놀이를 준비한다.

집에서 부모가 직접 하기 어렵다면 사고력 수학 전문 학원에 문의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원을 선택할 때는 학급 정원과 커리큘럼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은 10명 이상이어도 수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인 경우 세심한 관찰과 원활한 토론 수업을 위해 3∼6명이 적당하다. 그보다 많으면 사실상 창의적인 수업이 진행되기 어렵다. 커리큘럼은 일종의 수업 계획서다.

보통은 커리큘럼이 탄탄한 학원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고력 수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엉성한, 달리 말해 유동적인 커리큘럼이 아이들에게 유리하다. 이미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르기보다 내 아이의 성향과 수준에 맞게 커리큘럼을 조정하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산은 잘하는데 도형에 약한 학생에게는 도형 능력을 키우는 커리큘럼으로 개별 지도를 하는 것이다.

유명세를 따르기보단 내 아이에게 꼭 맞는 수업 진행이 가능한지, 사고력 수학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지, 교사의 전문성과 지도법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어떤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학원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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