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前교육감 시절 강남권 교장 ‘회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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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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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재임기간 24.4개월… 전임때보다 7.7개월 줄어
‘청탁 인사’ 챙겨주기 의혹… 2년새 4명 바뀐 학교도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재직 시절 전임 교육감 때보다 강남지역 교장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자주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강남·강북·강서지역 공립고교장들의 재임기간을 비교한 결과 유인종 전 교육감 시절 6년(1998∼2004년)에 비해 공 전 교육감이 임기를 시작한 2004년 9월 이후 6년 동안 교장 교체 주기가 빨랐다. 서울 106개 공립고 중 서초·송파·강남구에 있는 13개교를 포함한 20개 주요 공립고와 강서·강북 지역 12개 고교의 교장임기를 분석했다.

유인종 전 교육감 시절 20개 공립고교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31.26개월인 데 비해 공 전 교육감 시절의 평균 재임기간은 23.72개월로 7.54개월 정도 줄었다. 강남·송파·서초지역 13개교만 보면 32.16개월에서 24.41개월로 단축됐다. 강북·강서 지역의 12개 공립고교장은 같은 기간 33.1개월에서 28개월로 5개월 정도 줄었다.

교육계에서는 강남권 고교장이 교직생활의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요가 높아 자주 교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지역여건이 안 좋은 곳에서 교장이 1∼2년 노력해 봐도 학생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반면 강남은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서 성적을 내니 그만큼 선호도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시교육청의 인사비리 사건에서 보듯 강남 교장들의 잦은 교체가 교육감 선거 당시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자리 챙겨주기나 인사 청탁과 관련된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한 장학관은 “나도 교육장 자리를 대가로 돈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며 “어떤 고교는 2년 새 교장이 4명이나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장모 전 교장(59)과 김모 교장(60) 등 공 전 교육감 측근 간부들도 강남지역 교장을 거쳤다.

한편 구속된 목모 전 국장(63)에게 돈을 건넨 교장 5명 중 4명이 여교장으로 드러나는 등 인사비리에 여성 교장이 대거 연루돼 관심을 끌고 있다. 2010년 현재 서울시내 전체 중학교 269개교 중 77개교(26.8%)의 교장이 여성이지만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49개 공립중 가운데 24개교(49.0%) 교장이 여성일 정도로 강남권은 여교장 비율이 유난히 높다. 교육계에서는 여성 교장들이 근무평가가 높기도 하지만 맞벌이로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보니 승진 전보와 관련해 금품 유혹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 檢 “이르면 오늘 영장 청구” ▼

서울시교육청 인사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성윤)는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76)에 대해 인사 청탁을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르면 22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말맞추기나 증거인멸을 우려해 주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검토할 부분들이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하지만 최대한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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