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울렁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영어 시간이 제일 재밌어요.” 전교생이래야 30명인 경북 군위군 우보면 이화리 우보중학교.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인 학교지만 영어 수업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19일 오후 2시 반 이 학교 영어전용교실. 2학년 학생 11명이 백선미 선생님(38·여)과 수업을 하고 있었다. 45분 수업시간 중 40분을 지켜보면서 기자에게 든 생각은 ‘영어 공부를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것이었다. 활달한 성격의 백 교사는 수업시간 내내 칠판 앞으로, 학생들 사이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아무리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학생들도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려울 듯했다.
복도에서 소리만 듣는다면 꼭 무슨 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수업이다. 이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영어로만 이야기를 하면서 문법과 회화를 동시에 공부한다. 박정애 양(15)은 “말을 잘 못해도, 틀려도 다그치지 않고 잘할 수 있도록 해주신다”며 “영어선생님을 만난 뒤로 영어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16년째 경북 농촌지역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백 교사는 좋은 수업의 조건으로 “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시와는 너무 다른 농촌의 작은 학교에서 영어 공부가 성과를 내려면 교사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다. 그는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전용교실에서 자신과 학생들이 꼭 지켜야 할 규칙을 ‘재미와 활동’으로 정했다. 그가 학생들과 교감을 이루기 위해 간단한 마술을 배운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이 학교에 부임한 그는 현관 입구와 계단, 통로, 탁자 등 곳곳에 영어속담 등을 적은 종이를 코팅해 붙였다. 학교 바깥은 논밭이더라도 일단 교문에 들어서면 영어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열정 덕분에 그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전국 영어교사 수업 개선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우보중 학생들은 전국 최고 수준의 영어선생님과 날마다 영어 공부를 하는 셈이다.
도시 학교에서 이달 초 전학 온 김에스더 양(15)은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영어였는데 한 달도 안 돼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됐다는 것이다. 오창훈 군(15)은 “우리를 위해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외교관의 꿈을 꼭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