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 예술대 학장을 지낸 서양화가 노의웅 씨(67·광주 북구 우산동)는 요즘 가족전시회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전시회에 참여하는 가족들의 작품 표구를 점검하고 팸플릿을 돌리며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 2차례, 입선 9차례를 한 그는 1997년 일본 최고 권위 미술잡지인 ‘예술공론사’로부터 공론상을 수상하고 한중일미술교류협회가 주는 우호미술대상을 받기도 한 중견 화가다.
그가 25일부터 31일까지 광주 동구 금남로2가 대동갤러리에서 여는 전시회 이름은 ‘노의웅의 한 가족 6인전’. 노 씨와 부인 임순임 씨(61·서양화), 큰딸 미숙(41·그림책 교육연구소 대표·공예), 넷째 미라(37·동일전자장보고 교사·서양화), 막내 미화 씨(34·혜림직업전문학교 교사·조각)와 미라 씨 남편 이상열 씨(39·광주여고 교사·서예)가 틈틈이 그리고 만든 작품 36점을 선보인다. 노 씨의 여동생 선순 씨(60·서양화)도 작품을 내놓는다.
2004년 3월 처음으로 연 가족전에는 5명이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사위가 동참해 6인전이 됐다. 6년 전 가족전시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노 씨의 아내였다. 임 씨는 대학에서 그림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집에 딸린 화실에서 붓과 씨름하는 남편을 보면서 그림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공모전 수상 경력은 없지만 붓을 잡은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임 씨는 점을 찍는 화법의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데 전체적인 색조가 노 씨 화풍을 닮았다.
노 씨는 “아내 그림 실력은 ‘B학점’ 정도”라며 “‘늦깎이 화가’인 아내가 전시회를 갖고 싶은데 혼자 열기가 쑥스러워 가족들을 끌어들인 것 같다”며 웃었다. 슬하에 1남 4녀를 둔 노 씨는 “아들과 둘째딸, 다른 사위들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 전시회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다음 전시회는 사위와 손자까지 모두 참여시켜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노 씨는 가족이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가족 간 사랑과 소중함을 다시금 느꼈다고 한다. 노 씨 가족은 미술동호인처럼 주말이면 함께 바다로 산으로 스케치 여행을 떠나고 전시회에도 같이 다닌다. 임 씨는 “남편이 강요한 것도 아닌데 가족이 자연스럽게 미술을 가까이 하게 됐다”며 “예술로 소통하다 보니 가족애가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 씨는 2002년 미대 교수 시절 작품을 점당 100원에 판매하는 이색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청년작가 시절 돈이 없어 전시회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애태울 때 주위에서 도움을 받았는데 그 빚을 그림으로 갚기 위해 ‘100원짜리 전시회’를 연 것. 노 씨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1000여 점의 작품이 모아지면 공공미술관을 지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작품은 화가만의 것도 그 자식의 것도 아닙니다. 나눔이 곧 행복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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