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정치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의 해법을 찾는 기관이다. 대학생들에게 새롭고도 과감한 아이디어를 내도록 장려해야 한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촌기념강좌를 끝낸 뒤 이기수 고려대 총장과 대담을 갖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하 카터)은 대담 도중 한국어 통역이 길어지자 “내가 좀 더 짧게 대답할 것을…”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총장=고려대 학생들이 한국과 외국에서 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며 해비탯 운동을 벌이고 있다. 카터재단의 해비탯 운동에 고려대도 동참할 수 있겠는가.
▽카터=고려대의 사회봉사단 구성은 2년 전에 들었다. 다른 교육기관의 모범이 될 것이다. 한국 대학이 원하면 해비탯 전문가도 보내겠다. 대학생들에겐 혁신과 모험 정신이 있어 봉사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이 총장=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열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한국 대학 교육의 갈 길이 멀다고 본다. 한국 대학에 대한 충고를 부탁한다.
▽카터=고려대는 나의 조언이 필요 없는 대학이다. 교육 수준이 높고 학생들이 캠퍼스 밖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대학은 정치인들이 너무 민감하게 여겨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안을 파악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기관이다.
▽이 총장=미국에서도 그런가.
▽카터=미국 유수의 대학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불평등 같은 문제가 지역사회에서 나타나면 대학은 대응 방안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학생들이 흥미로운 주제나 생각을 언론에 개진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 총장=고려대가 ‘민족고대 100년’을 지나 이제 ‘1000년 고대’로 나아가려고 한다. 세계화를 지향할 때 어느 곳에 중점을 둬야 하나.
▽카터=중요한 교육 가치는 수백 년 전에도 강조했던 것이다. 1948년 세계 인권 선언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인권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남녀 성비의 불균형이 나타난 적이 있는데 진정한 여성 평등을 대학이 생각할 때다.
▽이 총장=올해는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의장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카터=주요 7개국(G7)에서 G20으로 진화한 것은 매우 현명한 움직임(Wise move)이었다. 한국은 저개발 국가였다가 짧은 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매우 모범적인 국가다. G20 회의 때도 이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빈국과 비민주화 국가도 한국에서 교훈을 얻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