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북스’의 독서 빅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대전서 시작한 ‘과학책 읽기 모임’ 전국 열풍 일으키다

균형… “인문편중 깨자” 과학70%로
학습… 저자 초청강의-분과별 공부
현장… 매년 美-호주 등서 체험학습
폭발… 8년만에 대전서 전국 확산

지난달 10일 대전 유성구 신성동 백북스 운영위원장인 박문호 박사(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의 아파트. 백북스 회원들이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를 쓴 안인희 박사(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로부터 책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정리모임을 가졌다. 백북스 대전모임은 끝난 뒤 박 박사 집에서 항상 정리모임을 열어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 제공 백북스
지난달 10일 대전 유성구 신성동 백북스 운영위원장인 박문호 박사(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의 아파트. 백북스 회원들이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를 쓴 안인희 박사(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로부터 책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정리모임을 가졌다. 백북스 대전모임은 끝난 뒤 박 박사 집에서 항상 정리모임을 열어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 제공 백북스
“‘백북스(100books)’ 통해 푹 빠져든 과학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 연수원 입소도 미뤘어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문건민 씨(30·여)는 2005년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뒤 아직 연수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육아를 마치고 올해에는 들어가려 했으나 과학공부를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법대를 나와 고시공부를 하느라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할 여유가 없었던 그는 지난해 7월 백북스를 안 뒤 과학에 심취했다. 이 모임 초빙강사였던 서울대 화학부 김희준 교수의 여름학기 화학강의도 수강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서울 백북스 모임에도 참가한다. 문 씨는 “법조인이 되건 그냥 시민으로 살건 과학기술시대에 과학공부는 필수 아니냐”고 말했다.

문 씨 같은 열광팬 때문에 대전에서 출발한 백북스는 창립 8년 만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 지방서 전국 확산된 첫 과학문화 운동

학습독서 모임인 백북스(www.100booksclub.com)는 2002년 대전 한남대 교수들이 책을 100권 읽으면서 공부하자는 취지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출발했다. 이후 뇌 연구가 겸 독서가로 유명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인 박문호 박사(51)가 참여하면서 일반인 대상의 독서모임으로 개편됐다. 대전 모임에 오던 다른 지역 회원들이 자기 지역에도 모임을 만들기 시작해 2007년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대구, 경주, 포항에 모임이 생겼다. 지난달 27일에는 부산 모임이 발족하는 등 전국으로 씨앗을 뿌리고 있다. 지방의 과학문화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된 첫 사례라는 것이 과학 및 문화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인터넷 회원은 7000명을 넘어섰다. 2주에 한 번씩 도서를 선정해 저자 초청 강의를 하고 토론을 한다. 독후감도 사이트에 올린다. KAIST 안철수 석좌교수,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의 박경철 원장, 신경정신과전문의 이시형 힐리언스 선(仙)마을 촌장, 문태준 시인, 도정일 전 경희대 교수, 이종상 화백 등 수많은 저명인사가 강의한 뒤 백북스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 ‘균형 잡힌 독서’와 ‘학습독서’ 추구

박 박사는 이 모임을 맡자 “인문학이나 자기계발서 위주인 국내 독서 경향의 균형을 잡으려면 자연과학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자연과학 인문학 7 대 3 독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또 하나의 슬로건은 교양에 그치지 않는 ‘학습독서’. 이에 따라 회원들은 주말을 이용해 ‘천문우주+뇌과학’, ‘경영경제’, ‘창의성디자인’, ‘수학아카데미’, ‘137억 년 우주의 진화’ 등 다양한 분과별 모임을 갖는다.

○ 해외 탐사, 민간모임 첫 뇌세미나…

독서로 얻은 지식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은 호주, 몽골, 미국 등을 찾아 현장학습을 한다. 호주 남붕국립공원이나 미국 하와이천문대 등을 찾아 지질학 및 천문학 지식을 체험적으로 공부한다. 백북스는 모임의 전국화를 기념하는 ‘백북스 뇌 인지 과학 심포지엄’을 27일(오전 10시 반∼오후 7시 반) 서강대에서 연다. 가천의과학대 조장희 석좌교수, 연세대 의대 이원택 교수, 한마음병원 김갑중 원장, 형주병원 주명진 원장, 박 연구원 등이 백북스 강사였거나 운영책임자들이다. 박 박사는 “백북스는 민간이 주도하는 최초의 과학문화운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지식융합시대에는 과학을 주제로 시를 쓰는 시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010-5225-5222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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