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케이블방송사를 증시에 상장한다며 주부와 직장인 등을 상대로 100억 원대 피라미드 투자 사기를 벌인 연예기획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주식 투자금 명목으로 104억여 원을 끌어 모아 가로챈 혐의(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중견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A사의 박모 대표(41)와 전 대표 오모 씨(4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A사가 만든 불법 투자유치 업체인 B사의 경영이사 한모 씨(35) 등 회사 관계자 15명은 투자자를 모아 수당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와 오 씨는 2008년 9월 자신들이 만든 여행 관련 케이블방송사를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매월 5%의 고수익을 내게 해주겠다고 꾀어 지난해 10월까지 투자자 887명에게서 투자금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A사에 소속된 유명 연예인의 사진이 실린 홍보자료를 뿌리고 투자설명회에 일부 배우를 출연시켜 피해자들의 환심을 샀다. 투자자들에게는 “원금을 보장한다”며 신고도 하지 않고 발행한 자신들 방송사의 주식을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과장-부장-국장-본부장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조직을 구축한 뒤 투자자를 데려오면 웃돈을 얹어주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돈은 대부분 회사 간부와 상위 투자자를 위한 수당이나 방송사 적자 보전금으로 들어갔고 결국 투자자들은 원금도 되찾지 못했다. 방송사 대표이사를 맡은 박 씨가 방송사 운영 경험이 전무한 데다 3년간 26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사실상 이 방송사는 애초부터 주식 상장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A사는 김모 씨(36·여)와 이모 씨(43) 등 유명 영화배우와 탤런트 7명을 거느렸던 중견 연예기획사지만 출연료 착복 시비가 잦아 지금은 소속 배우가 모두 떠난 상태다. 경찰은 투자설명회 등에 나왔던 소속 연예인들을 불러 조사했으며 이들이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해 참고인 조사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가정주부와 퇴직 직장인 등 평범한 시민이었고 연예기획사가 방송사의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말에 속아 의심도 않은 채 목돈을 날린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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