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27일 서울 밤하늘, 숨어있던 ‘별’이 가득 뜹니다

동아일보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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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반부터 1시간 ‘지구촌 불끄기’… 시내곳곳서 천문관측 행사

‘빛 공해’ 사라져 별 더욱 반짝
남산 천문 망원경 시민에 개방… 천문연구원 등선 관측지 추천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전조등 수가 늘어날수록 서울의 하늘은 어두워져 갔다. 밤늦게 일하는 사람들이 켜 놓은 불빛은 서울의 밤을 생기 있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서울 하늘은 생기를 잃어갔다. 1970, 80년대 공장 굴뚝의 매연이 별빛을 가렸다면 2000년대에는 인공조명이 만든 ‘빛 공해’가 가녀린 별빛을 삼키고 있는 것이다.

비록 잠시지만 이런 빛 공해에서 벗어나 반짝이는 별빛을 관측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지구촌 불 끄기(Earth Hour)’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시는 27일 오후 8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주요 건물의 조명을 끄기로 했다. 이 기회를 활용해 남산 꼭대기에서 달과 별자리를 관측하는 행사가 마련된다.

○ 평소보다 최대 2.5배 많은 별 뜰 듯

“평상시에도 서울시내에서 볼 수 있는 별의 개수는 평균 30개 정도입니다. 10∼20년 전 공기오염이 심할 때는 평균 10개도 채 보이지 않았는데 많이 좋아진 거죠.”

한국천문연구원 설아침 연구원은 “최근 들어 연구원들 사이에 ‘공기가 깨끗해져 별 관측이 편해졌다’는 평이 많다”며 이처럼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7년 m³당 6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던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에는 54μg까지 내려갔다. 최악의 황사가 찾아왔던 이달 20일 서울의 미세먼지 최고농도는 m³당 548μg이었다.

지구촌 불 끄기 행사에 많은 건물이 협조해 서울 시내가 충분히 어두워질 경우엔 80개가 넘는 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날 남산 꼭대기 서울N타워 앞에 대형 천문 망원경이 설치된 특수 차량을 배치한다. 이 차량은 미리 신청한 시민 300명에게만 개방할 예정. 그러나 따로 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날 행사장에 가면 연구소에서 별도로 설치한 천문관측용 망원경을 통해 각종 성단과 별자리, 달 표면 등을 관측할 수 있다. 행사는 오후 7시 반부터 2시간 동안 이어진다.

행사 당일 서울 하늘이 흐려 별을 볼 수 없을 경우 미리 준비한 인공 천체를 이용해 관측할 예정이다. 다만 비가 올 경우엔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

○ 망원경은 싼 것도 OK

행사일에 맞춰 남산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장소는 서울 시내 곳곳에 있다. 광진구 광장동 ‘광진청소년수련관’에서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7시부터 천문관측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화 예약(02-2204-3190)을 한 뒤 학생 2000원, 성인 2500원의 체험비를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도봉구 창동 ‘창동청소년문화의집’에서도 각종 망원경 5대를 구비해 놓고 있다. 이용료는 시간당 학생 1000원, 성인 1500원. 단, 개방 날짜가 따로 정해져 있어 미리 전화(02-908-0922∼4)로 문의해야 한다. 노원구 중계동 ‘서울영어과학교육센터’에서는 별을 관측하며 영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홈페이지(www.seoulese.or.kr)에서 예약하면 된다. 성인 1000원, 학생 500원.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와 천문연구원이 선정한 별을 관측하기 좋은 장소 10곳에 가도 시내 다른 곳보다 많은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서울 서북쪽에 산다면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이나 서대문구 연희동 안산공원이 좋다. 동북쪽에는 성북구 돈암동 개운산공원이나 성동구 응봉동 응봉산공원이 있다. 강남권으로는 서울 예술의 전당 인근 대성사(서초구 서초동), 계남공원(양천구 신정동), 올림픽공원(송파구 방이동) 등이 추천지로 꼽혔다. 천문연구원 측은 “천체망원경은 대부분 30만 원이 넘는 고가이기 때문에 꼭 갖출 필요는 없다”며 “어린이용 쌍안경 같은 제품으로도 달 표면이나 1등성은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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