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지역에서 자생하는 희귀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22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선흘곶자왈’ 제주고사리삼 자생지. 곶자왈은 용암이 흐른 암반지대에 형성된 숲을 뜻하는 말로 난대식물과 온대식물이 공존하는 특이한 지역. 선흘곶자왈 생태길 주변 참느릅나무, 꾸지뽕나무 등의 잎이 떨어진 돌무더기 사이에서 옹기종기 자라고 있어야 할 제주고사리삼을 찾을 수가 없다.
소엽맥문동, 자금우 등의 어린 식물만 보일 뿐 제주고사리삼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1시간 남짓 탐사한 끝에 돌 틈새에서 높이 10cm 내외의 제주고사리삼을 겨우 확인했다. 바로 옆에 어린잎을 올린 2개체가 보였다. 제주고사리삼은 3개체에 불과했다.
1, 2년 전 자생지에는 100포기가 넘는 제주고사리삼이 자라고 있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제주고사리삼의 생육 특성을 감안하면 다른 지역으로 자생지를 옮길 수 없다. 제주고사리삼은 비가 올 때 물이 고였다가 1주일 이내에 물이 마르는 자연환경을 지닌 작은 습지에서만 자생한다. 그동안 자연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남벌로 제주고사리삼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제주고사리삼은 2001년 발견된 희귀식물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학명은 식물학자인 박만규의 이름을 따서 ‘만규아 제주엔세(Mankyua chejuense)’로 명명됐다. 잎자루 길이는 8∼12cm로 털이 없고 줄기 끝에 포자낭군이 달린다. 원시 고사리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김봉찬 제주도 문화재전문위원은 “제주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영영 찾아볼 수 없는 식물자원이다”며 “선흘곶자왈 생태조사를 거쳐 제주고사리삼 추가 자생 여부를 확인하고 자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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