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안돼요! 싫어요! 내 몸은 소중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어린이재단, 초등교 찾아가 아동성폭력예방 현장 교육
상황극-호신술로 ‘실전’연습도

23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영화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어린이재단 강사들에게 호신술을 배우고 있다. 이훈구 기자
23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영화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어린이재단 강사들에게 호신술을 배우고 있다. 이훈구 기자
“어디 보자, 우리 상희가 벌써 이렇게 컸어? 삼촌에게 뽀뽀해봐, 어서.”

오른쪽 가슴에 ‘상희’란 스티커를 붙인 연기자가 미간을 잔뜩 찌뿌린 채 고개를 돌렸다. 삼촌 역할의 연기자가 억지로 상희를 끌어당겼다. 마지못해 상희가 삼촌 볼에 뽀뽀를 했다. “으아∼싫어.” 30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른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는 아이도 있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 영화초등학교 4학년 3반 교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이뤄졌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한 ‘아동폭력예방프로그램(CAP·Child Assault Prevention)’이다. CAP는 아동에게 성폭행 등 다양한 폭력상황에 대한 대처기술 등을 가르치는 교육을 말한다.

최근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그중 CAP는 아동이 실제 실습해보고 상황극을 통해 공감을 얻는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상황극이 끝나자 강사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삼촌이랑 뽀뽀를 한 상희는 잘못한 건가요?” “삼촌이 ‘이건 상희랑 삼촌만의 비밀이야’라고 한 건 지켜야 하는 비밀인가요?” 강사가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무섭게 하는 건 우리가 가진 안전하게, 튼튼하게, 자유롭게 살 권리를 빼앗는 거예요. 그럴 땐 바로 ‘안돼요! 싫어요!’라고 말한 뒤 다른 어른에게 알려야 해요.” 상황극이 다시 시작됐다. 교육을 받은 상희가 삼촌에게 “싫어요. 삼촌이 억지로 절 괴롭히는 건 안돼요. 저 갈래요. 엄마에게 말할 거예요”라고 말하며 일어서자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호신술을 배우는 시간도 이어졌다. 임나연 양(10)이 강사를 상대로 실전연습에 나섰다. 발뒤꿈치로 힘차게 강사의 정강이를 걷어차고는 재빨리 도망쳤다. 배성열 군(10)은 “두 번째 연극에서 ‘안돼’라며 소리칠 때 속이 시원했다”며 다리를 쭉 뻗어 발차기 연습을 했다. 어린이재단 이서영 팀장은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게 잘못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하는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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