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제주 등 전국 6개 지방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와 사실상 학생들을 공부시키지 말자는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현재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6개 지방교육청(부산, 광주, 경기, 전남·북, 제주)의 453개 단협 조항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 등 10곳은 각 교육청이 단협 해지를 통보한 상태여서 이번 분석에서 빠졌다. ○ 시험 노(No), 자립형사립고 노(No)
노동부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은 2006년 전교조, 한국교원노조와 ‘지역교육청 주관 학력고사를 폐지한다’는 단협을 체결했다. 여기에서 학력고사는 군산·익산 등 전북교육청 산하 14개 지역교육청이 초중학생의 학력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부정기적으로 치르던 시험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각 학교는 수업 및 교과과정 운영을 학생 수준에 맞게 조절해 왔다. 전북교육청은 “당시 학력평가에 대한 전교조 등 교원단체의 반대가 워낙 심해 그런 단협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며 “단협 체결 이후 시험을 보는 학교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남교육청도 같은 해 전교조 등과 ‘자립형사립고 추천 금지’ 단협을 체결했다. 자립형사립고에 선정되려면 우선 시도교육감이 해당 학교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추천해야 하는 만큼 이 단협은 ‘전남 지역에는 자립형사립고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 노조가 편리한 대로
부산, 전남·북, 제주교육청은 연구시범학교 지정을 위한 응모 때 교원 동의를 받도록 단협을 체결했다. 노동부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선정되는 시범학교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이 학교 운영을 위해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며 “단체협약이 지나치게 교원노조의 참여를 보장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산 등 6개 교육청은 △노조 전임자에 대해 복지혜택 100% 부여 △노조 대의원 대회, 중앙위원회 등 참석 시 출장 등으로 적법 처리 △노조 주관 행사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등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단협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 단협 3분의 1이 문제 조항
분석 대상인 453개 단협 조항 가운데 152개(33.5%)가 위법 및 부당 노동행위, 비교섭 사항인 것으로 노동부는 파악했다. 지난해 3월 노동부가 분석한 전체 공무원 노조 단협의 경우 위법·부당·비교섭 조항은 22.4%(1만4000여 개 조항 중 3300여 개)에 그쳤다. 교원노조 단체협약에 문제 조항이 많은 것은 교원노조법에는 비교섭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 공무원 노조법은 인사·경영에 관한 내용을 비교섭 사항으로 규정해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동부는 “1999년 교원노조법을 만들면서 비교섭 사항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지방교육청별로 협상을 하면서 무리한 조항이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교원노조법에 비교섭 사항을 명시하는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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