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훔친 치마 입으면 복” 슬쩍한 60대男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어? 너무 작네” 바꾸려다가 덜미

서울 중랑구의 주택에 사는 이모 씨(52·여)는 마당에 놓은 빨래 건조대에서 옷이 자꾸 없어지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속옷이 없어졌고 두 번째는 꽃무늬 치마가 사라졌다. 동네에서도 ‘치마를 도둑 맞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도둑이 다시 자기 집을 찾을 거라고 생각한 이 씨는 치마에 실을 단 뒤 한쪽 끝을 손에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

12일 오전 2시경 정모 씨(66)가 이 집 마당을 찾아왔다. 그는 하루 전 이 집에서 훔친 꽃무늬 치마를 다시 들고 왔다. 동네 공원에서 함께 어울리는 노인들에게서 “여자 치마를 훔쳐 입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훔친 치마였다. 하지만 그 치마는 정 씨가 입기에 너무 작았다. 정 씨는 몸에 맞지 않는 치마는 효험이 없을 것 같아 다시 돌려주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훔친 치마를 마당에 놓인 빨래 건조대에 놓고 나오려는데 바로 옆에 검은색 주름치마가 보였다. 헐렁해 보이는 치마는 몸에 꼭 맞을 것 같았다. 욕심이 생긴 정 씨가 치마를 훔쳐 달아나려는 순간 방 안에서 “도둑 잡아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씨는 손에 감은 실이 움직이자 자다가 뛰어나가 격투 끝에 정 씨를 붙잡았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준강도 혐의로 정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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