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증권전문가 양성기관에서 강사로 일하던 이모 씨(35)에게 직장동료 정모 씨(38)는 질투의 대상이었다. 2001년부터 2003년 6월까지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지만 주위의 관심은 정 씨에게 쏠렸다. 정 씨는 ‘상위 0.1%의 주식고수’로 통했기 때문이다.
2001년 3월. 정 씨는 이 씨에게 자신의 ID와 비밀번호를 건네며 “나 대신 인터넷 주식투자 좀 해줘”라고 말한 후 외근을 나갔다. 우연히 주식고수인 정 씨의 ID와 비밀번호를 알게 된 이 씨는 K증권사 투자상담사로 자리를 옮긴 뒤인 2006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정 씨의 투자를 그대로 따라 했다. 정 씨의 ID와 비밀번호로 몰래 정 씨가 거래한 D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계정에 접속하기 시작한 것. HTS는 주식 투자자가 가정 등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주식매매 주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씨는 4년여간 508차례나 정 씨의 계정에 이중 로그인을 해 정 씨가 투자한 종목을 따라 사고파는 수법으로 470여 개 종목을 거래해 종잣돈 5000만 원으로 1억5000만 원을 벌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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