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던 한국인 노무동원 피해자들이 65년 만에 체불된 임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무총리 직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지원위원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일본 법무성이 보관하던 한국인 노무동원자 공탁금 기록 사본을 이날 일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기관에 민간기업 노무자들의 공탁금 기록을 넘겨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위원회가 인수한 자료는 연인원 17만5000여 명에 공탁금 액수만 2억7800만 엔(약 34억 원)에 이른다. 위원회는 이 돈이 당시 물가 등을 고려할 때 현재 환율로 55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1965년 한일협정 당시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기 때문에 공탁금에 해당하는 돈은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박성규 위원회 사무국장은 “명단 총인원은 17만 명이 넘지만 중복되는 인원이 있어 전체 명단 수록자는 10만 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받은 명단은 일본 민간기업들이 일본 법원에 공탁해둔 돈의 ‘명부(名簿)’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일본 기업들은 근로자의 출신지가 ‘조선’으로 표시된 경우 월급이나 수당, 부조금(扶助金) 등을 소재 파악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 지급하지 않고 각 지방법원에 공탁했다. 실제 광복이 되자마자 한국으로 귀국한 노무자도 많았다.
우리 정부는 2005년부터 이와 같은 공탁금 자료를 공개하라고 일본 측에 요청해 2007년에는 옛 일본군 군인 및 군속 중 조선 출신자 11만 명의 미지불 공탁 기록을 일괄적으로 인수했다. 이에 따라 11만 명 가운데 8000여 명은 257억 원의 체불 임금을 정부로부터 받아갔다.
반면 민간기업 징용자들은 아직도 임금체납 자료가 없어 강제징용 피해 신고를 하더라도 정부의 위로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원회 측은 “‘강제 동원’으로 인정되는 1938∼1945년 일본으로 간 한국인 노무자만 60만∼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노무동원자 17만 명이 피해 신고를 했지만 아직까지 자료가 없어 10만 건을 처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곧 ‘노무자 공탁금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11월까지 관련 전산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피해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해당 시군구 민원실에서 신청하면 되지만 현재는 피해 신청 접수가 끝난 상황이라 명확한 증거 자료가 있을 때만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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