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한명숙 제주 골프’ 증거 채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檢-辯, 캐디 증인신청 싸고 1시간 언쟁
정세균 대표 증인 출석 “곽영욱 오찬 오는 줄 몰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사건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원대연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사건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원대연 기자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사건 9차 공판에서 ‘2008, 2009년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회원권으로 제주 T골프빌리지에 묵으며 세 차례 골프를 쳤다’는 검찰 측 주장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원색적인 말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측이 골프장 캐디 김모 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백승헌 변호사는 “정말 죄송한 표현이지만 이 사건은 정치적 재판이 아니지 않느냐. (5만 달러를 건넸다는 2006년 12월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일을 다시 꺼내서 증거로 내는 것은 무슨 경우냐”고 발끈했다. 이에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친분관계를 입증해서 돈을 받을 수 있었다는 상황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라고 하자 백 변호사는 “피고인의 사생활을 법정에서 드러내서 어쩌자는 거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권 부장은 “표현이 좀 그렇지만 한 전 총리가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부분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라고 했고 백 변호사는 “검찰의 거짓말 때문이다”라고 맞받았다.

재판장이 나서서 “양쪽 다 진정하고 제발 법률적인 용어로만 대화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양측은 추가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1시간여 동안 말싸움을 벌였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출한 ‘제주 골프’ 관련 자료를 변호인의 동의를 받아 증거로 채택했다. 그러나 골프장 캐디 등 4명에 대한 검찰 측 증인 신청에 대해선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T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던 한 전 총리 동생이 작성한 “한 전 총리는 골프를 치지 못한다”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또 검찰은 이날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가 보는 앞에서 앉았던 의자 위에 내려놓는 방법으로 (5만 달러를) 건네줬다”고 돈을 건네주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공소장을 일부 변경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006년 12월 총리공관 오찬에 곽 전 사장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한 전 총리로부터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 퇴임을 앞뒀던 정 대표는 “이원걸 산자부 차관에게 곽 전 사장을 대한석탄공사 사장 후보의 한 사람으로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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