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다른 풀이법이 있나요?” 서울 노원구 뉴스터디 학원의 수학 수업 현장. 학생들은 90분 수업 중 절반 이상을 풀이 방법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공부한다. 사진 제공 ㈜타임교육 하이스트
《외국어고와 국제고 입시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되는 등 최근 정부의 교육정책이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해지자, 교육업계에도 자기주도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업체들이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와 풀이법을 학생들에게 떠먹여주던 기존 교수법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가운데, 오래전부터 수학 수업을 토론식으로 진행해온 뉴스터디학원(서울 노원구 상계동)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스터디학원은 90분 수업 중 절반이 학생들이 집에서 풀어온 문제를 칠판에 적고 친구들과 풀이 방식에 대해 토론하는 데 할애한다. 칠판 앞에 선 학생이 문제풀이 방식을 설명하면 다른 학생들은 그것을 듣고 질문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문제풀이를 하고 요령을 알려주던 기존 수학 수업과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뉴스터디학원의 토론식 수학 수업에서 자기주도학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서울 도봉구에 있는 A 초등학교 6학년인 소영이가 친구들 앞에 섰다. 어제 집에서 풀어온 수학 문제를 칠판에 적고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려고 우선 직각을 중심으로 이렇게 반으로 나눴어요.” 손동작까지 하면서 열심히 발표하는 소영이. “궁금한 점이나 다른 풀이법이 있나요?”
소영이가 질문하자마자 B 초등학교 6학년 민혁이와 A 초등학교 6학년 수아가 손을 번쩍 든다. “저는 직각삼각형이라는 점을 고려해 나머지 절반을 더 그려 넣어서 사각형을 만들고, 사각형의 넓이를 구한 다음 반을 잘랐습니다.”
아이들이 각기 다른 풀이법을 제시할 때마다 선생님은 “네,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노트에 메모를 한다. 이런 방식으로 8명 학생 전원이 토론수업에 참여한다. 아이들은 문제당 2, 3가지의 새로운 풀이 방법을 발견한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수업의 흐름이 빗나갈 때만 개입할 뿐,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전적으로 아이들 몫이다.
풀이과정 칠판에 적고 1명이 설명하면 급우들이 열띤 질문 “다양한 풀이방법 익히니 생각의 힘 절로 껑충”
토론식 수업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진행된 건 아니다. 한동안은 발표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일부 학생에게 국한된 토론 수업이 진행됐고, 숙제를 못해서 아예 학원에 나오지 않는 학생도 있었다. 발표를 꺼리는 아이들에게 강제로 발표를 시키기보단 아이들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초등학생 반을 맡고 있는 주현경 강사는 그 결과 “처음에는 발표하기를 부끄러워하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직접 토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주 강사가 “토론식 수업이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하고 묻자 아이들이 앞 다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질문이 던져지자 자연스럽게 새로운 토론의 장이 열린 셈이다.
“저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을 친구들이 제안해 주니까 한 문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풀 수 있는 능력이 생겼거든요.” 소영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비슷비슷한 대답이 나올 거라 예상하던 차에 곧바로 반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선생님이 풀이하신 것이 가장 정확하고 쉬웠잖아요.” 수아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또 다른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토론수업이 좋을 것 같고요.” 몇몇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민혁이가 손을 들었다.
“저는 토론수업에 참여한 뒤부터 숙제를 정말 열심히 해요. 그런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하며 웃는다. 민혁이가 숙제 얘기를 꺼내자 “숙제를 열심히 하게 된 건 좋지만 힘든 점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학교에서 먼저 손을 들고 발표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어요.” C 초등학교 6학년 준형이의 고백을 듣고 수아가 “맞아, 준형이는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하고 격려해줬다. 아이들도 “맞아 맞아” 하며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토론식 수업의 효과를 묻는 질문 하나에 아이들은 20분 정도 자신들의 생각을 계속해서 발표했다. 이날 아이들이 이야기한 토론식 수업의 장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남 앞에 서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발표 능력도 향상된다. △다양한 문제풀이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과제 해결에 적극적이고, 수업 준비도 철저해진다. △수학 문제풀이뿐 아니라 다른 의사표현능력도 향상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토론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전반적인 사고력 증진으로 성적 향상을 가져온다.
학생들은 단점도 솔직하게 얘기했다. 한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 다른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풀이법을 설명해야 하는 만큼 답이 틀렸거나 풀이 방식이 잘못됐을 때의 불안감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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