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도 막상 서술형 문제를 접하면 답을 쓰지 못하고 당황하는 중1이 부지기수다. 수십 분을 고민해 답안을 작성해도 ‘내가 쓴 답이 맞는 걸까?’란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과연 어떻게 답을 작성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까?
다음은 서울대 사범대학 부설중학교 1학년들이 실제로 사회과목 서술형 문제에 대해 제출한 답안이다. 학생들이 행하기 쉬운 실수의 유형을 파악하고 서술형 문제에서 만점을 받을 답안 작성법을 알아보자.
■ 문제 ■ 다음 글을 읽고 신라가 이 지역을 차지한 것의 역사적 의의를 두 가지만 서술하시오.(4점) <이곳은 농경에 적합한 지역으로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여러 문화가 합쳐지는 곳이다. 또, 그 주변에 많은 인구와 물자가 모이고 바다를 통해 다른 지역과 교류하기에도 편한 곳이다.>
[실수 1] 문장이 아닌 단답형으로 답하는 경우 → 문장형으로 써라!
학생 A의 답: 1) 삼국통일 2) 신라의 전성기
단답형 또는 문장완성형(빈칸 채우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답안 유형이다. 무엇이 핵심개념이란 건 알고 있지만 이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이런 학생은 서술형 문제에 익숙하지 않거나 글을 쓰는 연습이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시험을 코앞에 두고 문제집에 요약된 개념만을 외우고, 문제집에 나오는 선택형 문제나 단답형 문제만을 다루면 이런 실수를 하게 된다.
이 학생은 우선 ‘글 쓰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평소 수업시간에 교사의 설명을 요약해 받아 적지 말고 ‘이 사건은 ∼한 것이 주요 원인이야’처럼 그대로 문장형으로 옮겨 적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또 하루 동안 한 공부에 대한 평가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도 글쓰기와 친해지는 방법이다. [실수 2] 주저리주저리 나열하는 경우 →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 내용만 써라!
학생 B의 답:
1) 농경에 적합한 지역을 차지했다. 그래서 경제가 발전했다. 왜냐면 쌀이 많아져 먹을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해서
신라는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2) 인구가 늘고 다른 지역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라는 중국과 친해졌는데 그래서 동맹을 맺었다. 나중에 중국과 손을 잡고
고구려와 백제를 공격해서 삼국통일을 했다. 그런데 중국과 손을 잡았기 때문에 땅을 조금 뺏겼다.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쓰는 건 최선이 아니다. 이 학생의 답안 중 ‘중국과 손을 잡았기 때문에 땅을 조금 뺏겼다’처럼 문제와 무관한 내용을 쓰는 것은 오히려 감점요인이다. 무조건 답을 길게 쓰기보단 정해진 조건에 맞춰 제시문과 관련된 내용만을 한두 문장으로 간결하고 정확하게 쓰는 것이 좋다. 또 ‘원인과 결과를 잘 연결시켜(논리력) 얼마나 이해하기 쉽게(표현력) 작성했는가’도 중요한 채점기준이다. ‘그래서’ ‘왜냐면’ 같은 표현은 글을 오히려 복잡해 보이게 하므로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이 답안은 ‘농경에 적합한 지형을 차지함으로써 쌀 수확량이 크게 증가해 신라의 경제가 발전하는 데 기반이 됐다’ ‘이 지역을 통한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는 외교에 도움이 됐고 이는 후에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로 고칠 수 있다. [실수 3] 맞춤법과 문법이 잘못된 경우 → 교과서 정독으로 기본기를 완성하라!
학생 C의 답:
1) 이 지역은 농경에 적합한 지형으로 농사를 짓기쉽고 수확량이 좋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됬다. 2) 중국과의 선진문물 교류를 통해 국력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서 신라는 삼국통일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답안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맞춤법과 문법이다. 채점 과정에서 공정성과 타당성이 매우 중요한 서술형 문제의 경우 △맞춤법 △띄어 쓰기 △문법은 가장 객관적인 채점 기준이다. 실제 감점은 1점 정도로 크진 않지만, 내신 경쟁이 치열한 상위권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될 점수다.
교과서를 정독하는 습관을 들이면 따로 공부하지 않고도 올바른 맞춤법과 문법, 띄어 쓰기를 익힐 수 있다. 신문 읽기와 독서를 꾸준히 하는 것도 방법. 서술형 문제의 답을 원고지에 먼저 작성한 후 선생님의 첨삭지도를 받으면 사소한 실수를 교정할 수 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이 기사에는 서울시교육청 서술형 예시문항 출제 담당인 서울대 사범대학 부설중학교 이수성 교감, 김나영 국어과 교사, 이수화 사회과 교사가 도움말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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