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멋진 해군형님들 꼭 살아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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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0일 03시 00분


■ 백령도 초등생들 편지

“아저씨들 제발 돌아오셔야 해요.” 천안함 침몰 나흘째인 29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면 북포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천안함 침몰 사고를 보고’를 주제로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있다. 백령도=전영한 기자
“아저씨들 제발 돌아오셔야 해요.” 천안함 침몰 나흘째인 29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면 북포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천안함 침몰 사고를 보고’를 주제로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있다. 백령도=전영한 기자
“대한민국 바다를 지키는 멋진 형들이 희망을 버리지 말고 꼭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천안함 파이팅!”

29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면 북포리 북포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 정성재 군(10)이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글을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다. 이날 5교시 국어시간에 학생들은 ‘천안함 침몰 사고’를 주제로 실종 사병들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장병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안합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바다로 나가 군인 형들을 구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그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힘내세요!” 정 군은 군인 형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계속 써내려갔다. 연필에 힘을 꽉 주고 쓰는 탓에 이마에는 땀방울도 맺혔다. 쉬는 시간에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다른 학생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글쓰기에 집중했다. 김채영 양(10)은 “내가 가족이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아마도 눈물이 펑펑 났을 것 같다”며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들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응원했다.

이 반 학생 29명 가운데 백령도에서 근무하는 해병대 군인 자녀는 15명이나 된다.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아빠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고다영 양(10)은 “26일이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이었다”며 “가족이 함께 모였는데 갑자기 아빠가 부대로 갔다. 부디 몸조심 하셨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김혜영 담임교사(38·여)는 “아이들이 이번 일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질문도 많이 해 편지쓰기 시간을 가졌다”며 “직접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응원으로 실종자 가족들과 구조작업을 하는 장병들도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령도=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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