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마리뿐인 백두산 암컷 백호 ‘백운’이(앞쪽)와 처음으로 교미에 성공한 수컷 황호 ‘대한’. 임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서울동물원 측 설명이다. 과천=원대연 기자
국내 유일의 백두산 백호(白虎) ‘백운’이가 5년 만에 교미에 성공했다. 서울동물원은 “2005년부터 시도한 백운이의 교미가 최근 성공했다”며 “여러 증세로 볼 때 현재 임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29일 밝혔다. 2000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백운이는 순백색 털에 초콜릿색 줄무늬가 있는 전형적인 흰 호랑이다. 한국 호랑이 사이에서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10만분의 1로 알려져 있다.
서울동물원은 “백운이가 성숙기에 이른 2005년부터 꾸준히 다른 수컷 ‘황호’와의 합사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교미 성공 자체가 엄청난 뉴스”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다른 호랑이들과 떨어진 채 혼자 방사장을 쓰다 보니 수컷들을 피한다는 게 사육사들의 설명이다. 수컷 호랑이 ‘청이’는 2년 넘게 교미를 시도했지만 결국 뒷다리를 물려 쩔뚝거리며 우리에서 쫓겨났다.
60년 만에 돌아온 백호의 해를 맞아 서울동물원은 다시 한 번 백운이의 혼인을 주선했다. 올해 열 살인 백운이는 사람으로 치면 38∼40세나 되기 때문. ‘까칠한 노처녀’의 새 짝으로는 여섯 살 어린 ‘대한’이가 낙점됐다. 최근 성숙기가 찾아온 데다 온순한 편이어서 만약 싸움이 나더라도 백운이가 부상당할 확률이 적을 것으로 판단됐다. 대한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길러온 편현수 사육사는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다른 수컷들과 달리 대한이는 친근감 있게 애정표현을 하는 등 암컷 호랑이를 배려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8일부터 23일까지 약 보름에 걸쳐 매일 관람시간이 끝난 저녁시간마다 두 호랑이는 얼굴 익히기 작업에 들어갔다. 쇠창살을 사이에 둔 채 서로의 체취와 얼굴에 적응해 나갔다. 백운이의 반응이 나쁘지 않자 동물원은 발정 시기를 계산해 지난달 24일 두 호랑이를 합사시켰다. 덩치가 큰 수컷이 암컷을 물어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백운이가 피할 여유 공간이 충분한 뒷방사장에 함께 풀어놨다. 사육사들은 두 호랑이가 싸움을 벌일 것에 대비해 소방 호스까지 대동한 채 숨죽이고 기다렸다.
처음엔 앞발로 치며 경계하던 백운이는 예상 밖으로 금세 순순히 꼬리를 내렸다. 짝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총 17차례 교미한 두 호랑이는 현재 백호 전시장에서 동거 중이다. 서울동물원 측은 “암컷 호랑이들은 임신이 되면 더는 발정기가 오지 않는다”며 “27일 이후 백운이에게 발정이 오지 않아 임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초음파 검진을 하려면 백호를 전신 마취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커서 일단 기다릴 계획이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호랑이는 임신기간이 104∼106일이어서 이달 초 임신이 됐다면 올 6월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분만할 가능성이 높다”며 “황호든 백호든 새끼 호랑이 이름은 월드컵에 맞춰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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