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구 중구 방천시장에서 열린 야시장을 찾은 주민들이 시장내 골목에서 팔리는 물
품을 살펴보며 흥정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 중구
“집에서 가까운 전통시장에서 야(夜)시장이 열린다고 해 온 가족이 함께 왔는데 구경거리 먹을거리가 많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물품도 많아 참 좋습니다.” 27일 오후 8시 대구 중구 대봉동의 방천시장. 신천 둑 옆에 있어 ‘방천(防川)’이란 이름이 붙은 이 전통시장을 찾은 주부 김순옥 씨(46)는 “다음 달까지 토요일마다 야시장이 열린다고 하니 자주 찾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관할구청인 중구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날 방천시장 야시장을 열었다. 이 행사는 중구가 문화예술을 전통시장에 접목해 쇼핑객이 몰리게 하자는 취지로 추진 중인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 ‘토요일은 밤이 좋아’라는 주제로 27일부터 다음 달까지 매주 토요일(오후 4∼10시) 열린다. 이날 처음 열린 장터에는 중구를 비롯해 인근 수성구 주민 500여 명이 찾아 장을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날 방천시장 안 중앙광장에는 야시장을 찾은 주민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특설무대도 설치됐다. 또 장터 곳곳에서는 ‘만원의 행복’ ‘미미(美美)시장’ ‘거리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이어졌다. ‘만원의 행복’은 벼룩시장으로 주민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1만 원 이하에 팔도록 한 것. 또 ‘미미시장’은 대학생, 시민이 그린 그림이나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는 코너로 인기를 끌었다. 폐장 30분 전 판매하던 물품을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벤트도 열렸다. 주민 이수연 씨(40·여)는 “입지 않는 옷가지와 헌책 등을 벼룩시장에 내놓았는데 금방 팔렸다”고 말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시장 내 빈 점포에 입주한 예술가들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금속공예품을 만드는 등의 체험도 했다. 시장 내 카페인 ‘라깡띤’을 찾은 주민들은 영화 속 록, 재즈, 힙합, 클래식 음악을 해설과 함께 감상하기도 했다. 이번 야시장은 ‘방천시장 예술 프로젝트’에 이은 행사. 중구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방천시장의 빈 점포 15 곳을 월 15만 원에 임대해 예술가들을 입주시켰다. 회화, 금속공예, 조각, 섬유공예 등의 작가 45명이 활동하면서 전통시장이 창작과 전시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들 예술가는 야시장을 찾은 주민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즉석에서 팔기도 했다.
방천시장은 도심에 위치해 1970년대에는 점포가 1000여 곳에 이를 정도였으나 현재는 70여 곳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방천시장 상인회 신범식 회장은 “지난해 중구가 추진한 예술 프로젝트는 시장을 알리는 데에는 도움이 됐지만 손님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 야시장이 정기적으로 열리면 시장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 장사가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 김한수 문화예술담당은 “방천시장에서 열리는 야시장이 대구의 새 명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한 번 찾은 시민들은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상인들과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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