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30일 공개한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에 따르면 천안함은 26일 오후 9시 33분에 이미 함미 부분이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함수의 안테나 부분은 바다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화면은 흐렸다.
원태제 국방부 대변인은 "천안함 사고 현장에서 2㎞ 떨어진 백령부대 초병이 '꽝' 하는 소리가 들리자 TOD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찾던 중 (오후) 9시 33분에 천안함의 침몰 모습이 처음 잡혔다"며 "이미 함미가 보이지 않아 함수와 함미가 분리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TOD는 야간에도 멀리 있는 적을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군용 투시카메라다. 서해안을 지키는 부대가 야간에 서해로 침투하거나 움직이는 간첩선을 감시하기 위해 활용한다.
국방부는 흑백 영상 속 천안함 함수 부분의 측면과 후면이 검은색으로 보이며 함수 부분의 검은 점들은 생존한 천안함 승조원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9시 56분에 찍힌 영상에는 대청도에서 출발한 해군 고속정이 차례로 사고 현장에 도착해 천안함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천안함 주변을 원형으로 도는 모습이 찍혔다. 군 관계자는 "구명정에 타거나 해상에 있는 우리 요원(승조원)들의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초병이 '꽝'하는 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소리를 들은 뒤 얼마 만에 천안함의 모습이 잡힌 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정확한 사고 발생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단초에 대해선 함구한 것이다. 다만 TOD영상 공개로 사고 발생 후 혼선을 빚었던 사고 시간 논란이 어느 정도 해명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길어야 수 분 정도일 것이기 때문에 폭발 시간이 26일 오후 9시 25분보다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7일 천안함 사고 현장을 둘러본 후 브리핑에서 "현지에서 TOD로 볼 때 배가 두 동강 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으나 국방부 관계자는 30일 TOD영상 공개 전에 "영상 화면이 흐리고 촬영 당시 천안함의 함미 부분이 (수면 아래로) 사라져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한 단초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방부는 또 "천안함을 촬영한 초병이 천안함 사고 현장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백령부대가 이 사실을 먼저 보고한 것이 아니라 천안함 사고 뒤 백령부대에 촬영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영상의 존재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날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은 TOD가 천안함을 처음 촬영한 26일 오후 9시 33분의 동영상과 해군 고속정이 도착해 구조 활동을 벌이는 9시 56분 부분만 편집한 1분 20여 초짜리 영상이다. 원본 길이는 40여 분 분량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천안함 촬영 열상감시장비(TOD) 영상 공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