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상조회사 ‘보람상조’ 압수수색

고객 부금 100억 빼돌려 부동산 사들인 혐의
현재 자본잠식 상태… 회장 일가는 美 도피
檢 “상조회사 부실따른 피해 막기위해 수사”

검찰이 30일 보람상조그룹을 압수수색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차맹기)는 이날 보람상조그룹 최모 회장(52)이 100억 원대의 고객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를 잡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 그룹 본사와 주요 계열사, 최 회장 자택(부산 남구 용호동)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최 회장의 형인 최모 부회장(62)도 같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가족과 친인척 명의로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고객이 맡긴 상조부금 100억여 원을 빼돌려 계열사나 개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이 돈의 일부로 부산지역 중대형급 호텔들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거액이 법인 이사회 의결이나 계좌 이체를 거치지 않고 회사 직원을 통해 최 회장 자택에 현금으로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번 수사는 부산지역일반노조 보람상조 현장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 최 회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한 뒤 사건이 부산지검으로 이첩되면서 시작됐다. 노조 관계자는 “최 회장이 소유주로 알려진 모 교회 증축 자금도 고객 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상조업계에서는 2008년 말 현재 부채가 자산보다 350억 원가량 많아 자본잠식 상태인 보람상조가 고객 부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자칫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거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상조 서비스 가입자들이 낸 돈을 날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 이에 따라 검찰은 상조회사 부실에 따른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최 회장의 횡령 규모와 자금 회수 가능 여부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를 꼼꼼히 진행할 것”이라며 “정관계 로비와 로비 이유 등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국에 머물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본격화되자 최 회장이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의 혐의가 드러나면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할 계획이다.

보람상조그룹 측은 “지난해 받은 세무조사에서도 횡령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며 “중도해약환급금 등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고객환급의무액(519억 원)보다 상조 관련 자산(670억 원)이 더 많은 만큼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보람상조그룹 ::

1991년 설립된 국내 최대 상조회사. 계열사 23개, 상조회원 75만 명, 임직원이 3000여 명에 이른다. 장의 서비스, 결혼정보사업 등 관혼상제를 비롯해 호텔, 건설업, 리조트, 예식장, 미국 현지 법인인 보람USA까지 사업 범위도 다양하다.